회기의 수와 간격에 대하여
상담의 큰 장벽 중 하나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우리는 빨리 지금의 고통을 끝내고 이 상태에서 회복하고 싶어 상담에 갔는데, 몇 번 다녀와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니!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를 시간과 돈을 들여 지속해나가야한다니,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얼른 나아지고 싶기도 하고, 얼마가 될지 모를 애매모호한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되고, 언제 어떻게 그만두나 하는 염려도 따라올 것 같다.
대체 상담은 총 몇 번이나 받아야 효과적인걸까? 그리고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첫 만남에 '꼭 열 번 이상은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라고 말하는 상담사는 수입을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것일지, 아니면 나의 상황에 맞춰 추천해주는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맞춤 매뉴얼처럼 '자, ㅇㅇ님의 상담은 ㅇ번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됩니다'라고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실 상담사의 입장에서도 상담의 회기수를 예상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자금과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회기 수를 나름대로 정해두는 것도 중요한 영역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상담 회기의 수가 있기는 하다. 다만 이것이 완전하지 않아서 문제인데...
일단, 탈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최근에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면서 우울감을 경험한 A라는 사람을 그려본다.
A는 지적인 자원도 충분하고(사람마다 가진 자원의 종류는 다 다르지만, 지적인 기능도 상담에서 큰 자원 중 하나가 된다!), 지금까지 대인관계도 늘 문제가 없었고, 회사에서도 잘 적응했고, 나름의 스트레스 조절하는 방법도 가지고 있어서 우울감이나 불안감으로 힘들어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갑자기 가족이 사고를 당해서 가장이 되면서, 바뀐 역할에 적응하는 것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감이 심해져 상담을 찾았다. 이미 가진 자원도 많으니, 이 경우에는 온전히 상황과 결합하며 발생한 '우울'이라는 기분의 문제만이 상담의 포커스가 된다. 이럴 경우 우리는 3개월~6개월 정도의 단기상담을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A는 가상의 사례인지라 이렇게 단일한 문제만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삶은 다양한 이슈와 욕구, 삶에서의 경험들이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이 A 또한 상담을 하다가 또 다른 주제가 나타나 이 계획이 변화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은'으로만 본다.
이번엔 B이다.
B는 십여년 이상 우울한 감정을 경험하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했지만, 치료에 대해 오래 고민하다가 뒤늦게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에 가족과 이별하고 친구들과도 멀어지면서 이후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는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직장에 들어가면 1-2년을 채우기가 힘들었지만, 스스로도 이 이유를 알기가 어려웠다. 직장에서는 상처를 받거나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어 분노와 자책을 반복하다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줄 때면, 어릴 때 나를 똑같이 대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B와는 상담에서 어떤 것들을 진행해야 할까? 일단 지금의 우울감이 과해서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연히 B의 안녕을 위해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돕는 상담이 우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B의 인생에 대해 더 함께 알아볼 과정을 가질 수 있다. 직장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나의 역동을 들여다보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사고과정이나 역사, 어머니와의 관계를 타인에게까지 적용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이 상담의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B가 다시 이 실타래 안에서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큰 우울감을 경험하지 않도록.
B는 스스로 정서조절이 나아진 이후로도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데 그것들을 정리하고 알아보고 싶다고.
이런 경우에는 다뤄야 하는 이슈들이 여럿이기에 상담은 더 길어진다. 적어도 1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참으로 긴 시간이다(지나고 나면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상담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간격으로 받게 된다. 그러니 한 달이면 네 번은 상담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조절은 가능하지만, 초반에는 가급적 일주일 간격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권유하고 싶다. 텀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상담의 효과를 충분히 보기가 어렵고, 초반에는 특히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상담 관계가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실은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게다가 현재 어려움이나 고통이 클 때도 텀이 이 주 이상 되어버리면 그것들을 조절하고 살펴보기가 어려워진다.
추후에 상담이 충분히 진행되고, 증상이 완화되고, 종결을 위한 준비가 필요할 때가 되면... 상담사와 내담자가 함께 텀을 늘리는 것에 대해 상의하게 되는 시기가 온다. 상담을 하다보면 그런 타이밍을 만나게 되는데, 그 때 내가 먼저 '2주에 한 번 보는건 어떨까요?'라고 묻게 되기도 하고, 거꾸로 내담자가 '많이 안정된 것 같아서 상담 텀을 늘려도 될까요?'라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 그 때 서로 충분히 그 마음에 대해 들여다보면서 정말 타이밍이 왔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면, 이 때는 보통 종결을 준비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면 좋다. 상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이별이다. 흔히들 상담을 재양육이라고도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제 양육을 끝내고 독립의 시기를 만난 것이니까.
바쁜 현대사회에서 내 마음 돌보기를 위해 일정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하지만 우리가 힘들어도 다음날, 다음달의 나를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으려 하고, 운동을 하려 하는 등 나를 돌보려 하는 것처럼, 마음을 돌보는 것도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