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엇을 해야하나요?
일단 상담에 가기로 결정했다면, 상담실에 도착해서 진행될 일련의 절차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 처음 가도 새롭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좁은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과 처음 만나서 단 둘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까? 처음부터 그렇게 길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첫 상담에서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그런 의문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첫 방문의 과정부터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심리상담은 예약제로 이루어진다. 상담사가 한 사람과 한 시간을 1:1로 온전히 보내야 하다보니, 사전에 시간을 조율하여 만남의 시간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니 상담에 가기 전에 상담센터에 연락하여 사전 예약을 하고 나서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랜차이즈 형의 큰 센터들은 행정실을 따로 마련하여 상시 전화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지역에서 운영하는 작은 상담센터는 상담사가 직접 응대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전화통화는 어렵기도 하다. 상담이나 강의가 있는 경우 전화 응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센터도 예약 접수 신청서 링크를 만들어 사이트에 올려두고 있고, 접수지를 확인하여 전화를 드리는 방식으로 예약을 조율하고 있다.
예약을 통해 상담 시간을 잡았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준비물은 따로 없다. 병원처럼 건강보험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에 가면 된다. 사실 처음으로 내 얘기를 해야 하는 떨리는 자리에 편안한 마음으로 가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처음 상담을 받기로 결정하고 상담센터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가기 전에 서류를 작성하게 된다. 서류는 상담센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사용하는 폼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첫 상담에서는 <상담 동의서>와 <상담신청서>를 작성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간단한 척도검사(우울, 불안 등의 점수를 간단하게 측정하는 설문지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상담 동의서는 의외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관계를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서로를 잘 지켜나가고 존중하기 위한 하나의 약속이니까! 상담 예약 변경 등을 처리하기 위한 개인정보 수집 동의 이외에도, 상담을 잘 하기 위해서 내담자도 스스로를 개방하기 위한 노력과 시도를 해야함에 대한 동의, 환불이나 취소 정책 등에 대한 설명과 동의도 들어간다. 결국 상담 동의서는 서로 함께 작성하는 관계 계약서와 마찬가지이니까, 이것들을 읽어내려가는 시간이 상담의 시작 중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된다.
그러고 나면 보통은 <상담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내담자의 이름과 나이와 같은 개인정보 뿐 아니라 현재까지의 역사에 대해 주로 적게 된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이나, 삶에서 중요했던 사건들, 나의 대인관계의 역사들 등등... 상담자가 이 정보들을 종합해서 내담자에게 필요한 접근에 대해 열심히 분석하게 된다.
이제 서류들을 다 작성했으면, 상담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확률이 높다. 첫 회기는 앞으로 상담을 어떻게 이어나가면 좋을지 상담자도, 내담자도 감을 잡아가는 시작점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지금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상담을 통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느끼는지, 최근의 중요한 스트레스 사건은 무엇인지 등등... 지금 방문한 내담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이고, 그가 살아온 삶 자체를 이해하고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 마음 편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첫회기에 내담자만 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담자도 초반 회기에 긴장도가 제일 높다. 아직 라포(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이 사람과 어떤 식으로 어떤 기법으로 상담을 풀어가면 좋을지 감을 잡아야 하는 상태고, 낯도 가리고(내향적인 상담자의 변)...
상담자라는 어떤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첫 회기를 마주하면 좋을 것 같다. 소개팅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새롭고 어색한 자리인게 당연한 일이다. 말을 잘 정리해서 말하지 않아도 좋다. 정리는 상담자가 함께 해나가야 할 일이니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해보려고 시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 횡설수설해도 좋고,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지 몰라 장황해진다고 느껴도 괜찮다. 상담자가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도울테니까. 상담자는 이제부터 아마 당신을 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첫회기를 바탕으로 든든한 한 팀이 되어서 '상담의 목표'를 잡게 될 것이다.
내담자가 원하는 목표인 동시에, 상담에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