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대화만 하는데 왜 이렇게 비싼가요?

심리상담 가격의 비밀

by 담은

심리상담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상담을 망설이게 하는 많은 요인 중 하나가 '비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문가/1급 기준으로 50분 상담을 받으려면 회기당 적어도 8만원, 많으면 15만원까지 비용이 소모되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한 번 하고 마는 1회성 상담도 아니고, 이것을 매주 반복하며 받으러 가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따져보면 한 달에 평균 40만원 정도를 지출해야 하고, 1년이면 48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만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비용으로 느껴지고, 그저 '대화'를 하기 위해 이만한 비용을 써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나는 운 좋게도 대학교 때 대학 내에 설치된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처음 경험했다. 학생상담센터의 경우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운영되고 있으니 당연히 비용은 무료이다(물론 회기 수 제한은 있지만). 이런 경우 소속된 상담사들은 학교로부터 월급을 지급받는다. 그러니 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무료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내가 등록금을 사용한 교내 활동 중 가장 유용하게 사용된 부분 중 하나가 상담이었다고 느낀다. 결국 그때의 상담을 통해 얻은 통찰을 모아 지금 이 직업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그 비싼 상담을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받을 수 있었으므로.


그러나 모두가 대학생 때 상담을 받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큰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상담에 가야 하는데, 대체 이것이 왜 이렇게 비싼지 알기가 어렵다. 특히, 그냥 내가 하는 말에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면 그것을 위해서 이 큰 돈을 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PT를 받을 때는 우리가 가격 때문에 못하겠다며 망설이는 경우가 덜한데, 심리상담은 망설이게 된다. 어쩌면 그 이유가, PT를 통해서는 우리가 뭘 배우게 될지 알고 있고, 그 과정도 대체로 잘 알고 있는데, 상담은 모호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PT를 하면서 우리는 몸의 근육을 잘 느끼고 쓰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그래서 PT가 끝난 뒤에는 스스로도 몸을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실제로 몸이 변화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내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다.


사실 상담도 똑같다. 마음의 지점들을 잘 느끼고, 인지와 감정을 포함하여 마음을 보다 잘 다루는 법을 알게 되고, 실제로 마음의 상태가 변화하는 과정(사실 이것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망설여지는 것 같다. 그러나 대체로 상담을 하다가 이 변화를 느끼시게 되면 오래 상담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마음을 변화시키는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경청과 공감도 물론 주요한 상담의 자세이지만, 그것만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할 수는 없다. 상담자는 기본적으로 각각의 심리학 이론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 얼마나 많은 치료 기법이 있는지 모른다. 인지행동치료, 수용전념치료, 변증법적행동치료, 정신역동치료, 게슈탈트치료 등등등... 평생 이 중 하나만 전문가가 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 이것들을 내담자에 맞춤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리에 대한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 이 내담자가 PTSD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범불안장애의 형태인지, 아니면 공황장애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적절하게 증상에 포커싱할 수도, 상담과정을 잘 진행할 수도 없게 된다. 심지어 병리 증상은 변화하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시작하였어도 어느 순간 양극성장애(조울증)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치료자는 이런 것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덕분에 수련 과정에서 정신병리 관련 책만 몇십권을 원서로, 그리고 한글로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함정: 병리만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님..)


내담자에게 어떤 상담이 필요하고 현재 어떠한 상태이며, 어떤 자원이 있는지 등등을 MRI처럼 자세히 스캐닝하고 그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사례개념화' 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사례개념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식은 아주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된다. 그리고 그 지식을 쌓자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적어도 대학원 석사 과정은 끝을 내야 한다. 하지만 석사과정에서 배우는 것으로도 끝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기초!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게다가 졸업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론은 변화하고 성장하기에, 상담의 방향성을 잘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매년 워크샵과 교육을 통해 성장해야만 한다.


이 뿐이 아니다. 상담자가 모든 사례 분야에 공통적인 전문가가 될 수는 없고, 처음 만나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슈퍼비전'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해당 사례를 경험한 전문가를 찾아가 비용을 지불하고 끝없이 자문을 구하며 성장해야 한다. 더 좋은 상담을 해나가기 위해서. 그러니 결국 제대로 된 전문적인 상담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그 상담자가 상담을 계속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도 비용이 끝없이 소모되어야 한다.


상담 한 시간 동안 잠깐이라도 대충 보내거나 의미없이 끄덕이거나 집중을 놓을 수가 없다. 그 시간 동안 세심하게 내담자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통해 사례개념화를 업데이트 해가면서, 동시에 내가 알고 있는 이론들을 통합하여 이 내담자에게 맞춤이 될 기법과 상담을 선택하고 적용해야 한다. 상담이 시작되기 전에는 지난 회기들을 다시 정리하여 이번 회기에 이루어져야 할 부분들을 점검하고, 상담이 끝난 이후에는 이 회기에 대해 정리하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추가해야만 한다. 온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 이 상담을 통해 상대와 합의한 목표를 이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상담자가 할 일이다. 상담을 하는 그 50분 동안에는 내담자의 말에서 공통되는 이슈들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사람이 그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했고 어떤 동작을 했는지까지 전부 집중하여 살펴야 한다. 지금 말한 감정과 표정, 동작이 일치했는지, 일치하지 않았다면 말로 한 언어가 스스로 내면에 가닿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지금 무언가 이루어졌는지를 함께 느껴야만 한다.


이 과정이 정말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데... 그 때문에 하루 8시간을 일한다 하여도 그 8시간을 전부 상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상담할 수 있는 케이스는 상담자들마다, 케이스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숙련된 상담자 한 명당 보통 5케이스 전후가 된다.


상담자들은 덕분에 공부는 오래 했지만, 그만큼의 수익을 벌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계에서 흔히 하는 농담으로

"빨리 망하려면 도박을 하고, 천천히 망하려면 상담을 공부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담을 시작해도 상담을 잘 해나가기 위한 열정과 욕심이 있다면 계속 슈퍼비전이나 워크샵, 최신 이론 공부, 교육분석(상담자가 더 나은 상담을 하기 위해 개인상담을 받는 것)등을 지속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입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 상담이라는 일을 통해 내담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보람이라는 보상, 그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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