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대체 상담의 종류가 왜 이리 많은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이렇게 종류가 많으면 대체 그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다. 메뉴가 많은 음식점에 가면 음식을 고르기 더 어려운 법이다. 뭘 골라야 할지 메뉴판만 한참 들여다봐야 한다. 심지어 그 30가지가 전부 모르는 메뉴라면, 각각 사진과 맛이라도 검색해보다가는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갈 수도 있다.
상담엔 어떤 종류가 있고, 무엇이 내게 적절한 것일까?
일단, 상담 형태만 놓고 보아도 종류가 여러가지다.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일반적인 상담(심리치료)을 제외하고도, 미술치료, 놀이치료, 집단상담(집단치료라고도 부른다), 가족상담 등등.. 아주 많은 형태가 존재한다.
"복잡하구먼. 일단 여기까지는 그래도 주변에서 들어봤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상담을 받겠어!"
라고 결정한다고 해도, 각각의 센터나 상담사마다 지향하는 치료법의 차이가 또 엄청나다. 도대체 이 이론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검색을 해보니 어디는 정신분석치료를 주로 한다고 하고, 또 어디는 인지행동치료를 주로 한다고 하고, 어디는 게슈탈트치료 등등.. 너무 복잡하다. 대체 무엇을 보고 나에게 적절한 상담을 찾아가야 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면, 대부분의 성인상담은 일반적으로 대화 기반의 상담의 형태로 많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상담을 예약하려고 할 때 다른 형태의 치료를 한다는 특정한 설명이 없다면, 아마도 일반 상담의 형태로 상담을 진행할 것이다. 아동의 경우에는 조금 달라진다. 아동은 미술이나 놀이를 활용한 매체를 이용한 상담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실제로 임상 장면에서 만났을 때도 그런 활용법들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성인과 다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체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
성인의 경우에도 언어적인 상담이 잘 맞지 않거나,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만한 케이스가 드물게 있기도 하다. 언어적으로 구성하여 직면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이 들거나, 누군가와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힘겨울 때도 초반에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단 일반적인 상담을 받기로 했다면, 어떤 이론을 지향하는 상담자를 찾아가야 내게 맞을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어디에 간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한 가지 이론'만 적용해서 상담하려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결국은 저 모든 이론들을 적절히 통합하여 꺼내 써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내담자에 따라서 잘 맞는 접근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아마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상담자의 '전문성'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만 상담자가 가장 지향하고 있는 이론은, 상담자의 정체성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각각의 상담이론들은 모두 높은 효과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하나의 철학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론들은 전부 다른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상담자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자 하는가를 주로 지향하는 이론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정신분석치료를 살펴보자. 정신분석은 워낙 틀이 크기 때문에 이 안에는 '대상관계치료'도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시면 좋다. 정신분석은 인간의 무의식이나, 아동기의 초기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와 같은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그러니 한 사람의 내면 안에 복잡한 심리적 갈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무의식과 의식을 통합하여 스스로를 이해하고 통찰함으로써, 성장하고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통찰하고자 한다면 정신분석 기반의 치료가 선호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또 다른 인간관을 가진다. 인지행동치료는 굉장히 과학적인 접근법이고, 인간의 생각과 해석이 감정과 행동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그 사고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고, 이성적이고 조절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주 실용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주로 '증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때 인지행동치료가 선호되어 왔다.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형태의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기술 훈련을 원한다면 인지행동치료가 잘 맞을 것이다.
게슈탈트치료는 어떨까?
게슈탈트치료는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치료법이다. 지금, 여기의 경험을 회피할 때 고통이 심화된다고 믿는다. 무엇을 느끼는지 자각하고,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과거의 과제를 실현하고, 경험 그 자체를 살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의 나와 잘 접촉하지 못하거나, 생각보다 감정이나 느낌을 더 다루고자 할 때 적합한 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담을 오래 할 수록 느끼게 되는 진리가 하나 있다. 결국 모든 이론은 하나로 통한다. 마치 모든 종교의 신이 가지는 교리나 이상적인 방향성이 같듯이, 각자의 이론도 결국은 모두 이어져있는 어떤 지점을 관통한다. 내면의 성장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결국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의 이름보다, 그 이론을 ‘어떻게 소화해가는가’이다. 상담자마다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그 언어가 나를 이해하게 만든다면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