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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수 Jan 08. 2024

상담센터를 열면서 배운 것들 -2

자영업은 처음이라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프리랜서를 다 겪었으나 자영업에는 왕초보였던 나의 이야기. 쓰려고 마음먹은 것이 작년인데, 꼬박 한 해가 지나서야 이다음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면서 브런치를 성실히 연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보자 마음먹었다. 물론 마음대로 안 되면 언제든 계획을 수정할 예정이다.


일단 오늘 오전 심리검사 예약이 펑크가 난 틈을 타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카페에 앉아 자영업자가 되던 봄의 이야기를 다시 적어 내려가 본다.


바야흐로 만물이 태동하는 봄이라니까, 땅끝에서 새싹이 자라고 나무 가지 위로 꽃이 필 때 나 역시 뭔가 하나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욕구를 이기지 못한 모양이다. 그해 봄, 상담소를 개장하겠다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센터의 보금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열심히 자리를 찾아다녔다. 이 과정이 제일 오래 걸렸다. 나름대로 몇 가지 조건이 있었고, 그에 부합하는 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위치 선정에 무엇을 먼저 고려할까 고민하는 데에는 내가 내담자로서 상담을 경험했을 때의 일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자리에 서보지 않으면 깨닫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상담을 받았을 때 그 장소에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은 조금 불편하거나 아쉬웠을까 떠올려보면 장소를 만들 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쉬웠다. 

상담자로서만 생각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 있기 마련일 텐데,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정한 [위치 선정 고려사항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1. 조용한 곳 (***별표 3개, 주변 가게 소음도 고려, 최소한 방음 시공으로 어느 정도 소음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일 것)
2. 주차 공간이 마련된 곳 (지역 특성 고려)
3. 냉난방 시설 사용이 원활한 곳
4. 월세, 관리비가 부담스럽지 않을 것 (초반을 잘 버텨내려면 이 점도 매우 중요하다 생각했다)
5. +@로 상가주와 관리실과 의사소통이 적절히 가능할까 등도 고민했지만,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다.


그러면 이 중 어디에서 막혔냐, 하면…. 

가장 우선으로 잡았던 조건이 최고로 만족시키기 힘들었다. 


조용할 것! 


이 부분만큼은 양보하기 싫었고, 그래서 장소 선정이 더 오래 걸렸다. 


상담이라는 과정이 나를 살펴보고, 나의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소음 방해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게다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처음 꺼내는데, 내 이야기가 밖으로 다 들리겠구나 걱정해야 할 정도로 방음이 어렵다면 자연스럽게 집중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장소가 좋은 자리 중 공실로 남아있는 곳에 가보면, 근처에 태권도학원이나 축구교실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끝없이 발품을 팔았다. 꽃집 옆 호실이 하나 마음에 들었었는데, 얇은 통유리 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안에 들어가서 작게 이야기를 해도 그 소리가 복도에 크게 울려 퍼졌다. 안 되겠다 싶어 또 부동산 여행을 시작했다.


음악학원을 하시려 하냐는 말씀도 들어보았다. 참으로 까다로운 세입자.. 


그러다 지금의 공간을 만났다. 열 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가벽을 세워 상담실과 대기실로 나눠 사용해야겠다 했는데, 그렇게 만들기도 좋아 보였다. 냉난방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내가 설치하는 것에 있어서 무리는 없었고, 건물 주차장도 있었고, 월세도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무실 위주의 건물이라서 조용했다. 옆 사무실에서 말하는 소리가 타고 흘러 들리기는 했으나,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인테리어 업체에 문의해 보았는데, 가벽을 세우고 흡음재를 넣어 방음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다만, 그래도 소리가 천장을 타고 흐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소리를 없애는 것은 어렵다고.


그렇게 지금의 상담실이 탄생했다. 


공인중개사님과 관리소장님이 방화문을 포함한 공간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 주실 때, 나는 이미 여기로 선택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리고 계약의 과정이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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