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기, 매일 쓰기 D+43

똥배 뿌시기 운동 D+13

by 마리뮤





20200526_074358.jpg 2020.05.26 매일 걷기 43일차!

아침 6시 30분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배고프다"였다. 어제저녁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콩으로 만든 빵과 두유에 카카오를 넣어 만든 음료를 냉장실에 옮겨 두었다. 아침으로 간단히 즐기려고 말이다. 밀가루가 안 들어갔고 설탕 대신 사탕수수 원당이 들어갔다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걸 먹으려니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간단히 배가 차도록 먹고 바로 공원으로 나갔다. 아침 7시 반이었다. 오늘은 학원 일도 없는 날인데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다니 솔직히 스스로에게 좀 감동했다. 잠에서 깨어 옆자리에 아내가 없자 카톡을 보낸 남편도 나의 부지런함에 놀랐는지 엄지를 척 올린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오늘은 급할 것도 없기 때문에 천천히 걸었다.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느긋하게 아침의 공원을 즐기고 싶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어제부터 백수가 된 남편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있었다. 본인이 요리한 오리고기 볶음밥을 어제 미슐랭 5 스타 음식점 음식처럼 먹어치우더니 아침부터 또 오리고기 볶음밥을 해 먹었나 보다. 집안에 고소한 오리고기 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배고파"였다.


아까 빵을 반 정도밖에 안 먹어서인지, 열심히 공원을 걷다 와서 인지 식욕이 폭발했다. 입맛 없어서 고민하던 내 모습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오리고기를 약간 굽고 거기에 건두부를 면처럼 썰어 넣은 뒤 로제 파스타 소스에 볶았다. 제법 그럴싸한 두부 파스타가 완성됐다. 밀가루 면처럼 부드러운 맛은 없지만 건두부 면도 나쁘진 않다. 실컷 배를 채웠더니 똥배 뿌시기 운동을 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밥 먹고 바로 운동하면 안 좋다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밥 먹어서 뱃살 운동을 미룬 주제에 바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아침에 덜 잔 잠을 마저 잤다.


오늘은 분명 첫 단추를 잘 뀄는데... 묘하게 어긋난 기분이다. 점심때쯤 일어나 또 운동을 미루고 뭉그적 거리다가 느지막이 남편과 밖에 나가 외식을 했다. 요새 내가 참치, 참치 노래를 불렀더니 참치회 세트를 먹으러 간 것이다. 긴급 생활지원비로 먹는 참치 맛은 꿀맛. 남은 돈을 헤아리며 아직 6번은 더 올 수 있겠다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는 남편.


점심도 배불리 먹으니 또 잠이 쏟아졌다. 남편도 잠이 쏟아지긴 마찬가지인 듯 카페 가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바꿔 집에 갈까? 하고 묻는다. 남편은 이제부터 공기업 준비를 한다며 공부를 시작했다. 나도 한 의지박약 하지만... 남편의 직장은 중요하니까 졸린 눈을 비비고 남편을 설득해 카페로 향했다.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남편이 옆에서 공부한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안심하고 스르륵 눈을 좀 붙였다. 내가 조는 것이 영 괘씸했는지 남편이 툭툭 쳤다. 나는 읽고 있는 책이 지루해서 그런 거라며 변명을 하고 몇 번 더 졸았다.


저녁 시간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하아.... 아직 뱃살운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은 저녁이니까 또 뭔가를 먹어야 한다. 예전 직장 동료분과 술 약속이 있는 남편이 저녁을 간단히 먹고 싶다며 컵라면을 샀는데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같이 먹었다. 라면에 곁들일 만두도 튀겼다. 세상에 밀가루를 안 먹고 하루를 사는 것도 이렇게나 어렵다.


남편이 외출하고 집에 홀로 남아서 결국 오늘이 가기 전에 약속했던 뱃살 운동을 하기 위해 유튜브를 켰다. 아침부터 이상하게 실속 없는 하루를 살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래서 기분 전환 겸 항상 따라 하던 땅끄 부부 영상 대신 BTS 음악을 배경으로 다이어트 댄스 하는 영상을 틀었다. "BTS 나에게 힘을 줘!"


확실히 기분 전환은 되었다. 스텝도 꼬이고 웨이브고 꿀렁꿀렁 댔지만 BTS 음악에 몸을 맡겼다. 다 끝나고 나서 양심상 뱃살을 타기팅하는 운동 영상을 하나 더 따라 했다. 저녁을 그런 걸 먹어서 그런지 배가 쏟아질 것처럼 빵빵했다.


허리둘레를 재기도 전에 오늘은 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허리둘레: 89.4cm (첫날 대비 1.0cm 증가)


흥.
칫.


역시 운동보다 식단이구나.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오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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