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는 제에바아아알...
치과에서 결국 또 눈물을 흘렸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당황한 간호사는 치아 본뜬 것을 빼내다말고
의사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
눈물은 괘념치말고 그냥 한시라도 빨리 빼내달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입에 가득 물고있는 것때문에 말도 못하고
입 안에 플라스틱 보형물이 잇몸 끝부분을 자꾸만 찔러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의사 선생님 부르러 가는 시간에 빼주셨으면
몇 방울의 눈물을 세이브할 수 있었을텐데...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빼주셨을 땐 입안에 고였던 침이 턱을 타고 촤르르 흘렀다.
치과, 참 싫다.
치아 본뜨는 걸로 이렇게 고생하는게 말이 되나.
차라리 마취주사 따끔하게 맞고,
잇몸뼈에 나사 박아넣을 때가 행복했다.
지난 주가 분명 마지막 진료라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임시 본드로 붙였던 임플란트 치아가 얼마나 잘 붙어있었던지
아무리 빼내려해도 되지 않아 의사 선생님이 니퍼같은 걸로
잡아빼다 '빠직'하고 금이 가고 말았다.
'쉬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트으으'
참하고 얌전한 나의 입에서 하마터면 이런 상소리가 나올뻔 했다.
사실, 머리속으로는 이미, 그것도 여러번 외쳤다.
치아에 금이 간 빠지직 소리는 아무리 그 소리가 작았다 한들
무시할 수 없는 소리였다.
일순간 의사 선생님도 머리속으로 '쉬에에엣트'를 연발하셨겠지.
몇 초간의 침묵을 깨고 의사선생님이 침착하게 사태를 설명하며
죄송하지만 한 번 더 본을 뜨고 치아를 수리해서
다음주에 마무리하겠다고 하셨다.
정말 짜증이나고 화가 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의도한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치료해주려는 의사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려봤지 좋을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아 본을 뜨는게 너무 두려웠다.
아플게 하나도 없는 과정인데
내 구강구조가 좁아서인지 입에 물고 있으라는
그 플라스틱을 넣고 이를 앙다물면
딱딱한 플라스틱이 안쪽 잇몸 끝을 눌러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약 5분간 그 아픔을 억지로 참아내고나면
이제 그 꾸덕하게 굳은 보형물을 떼어내는 또다른 고통이 나를 기다린다.
적당히 툭툭 떨어져서 쏙 나오면 좋으련만
'나 혼자 죽을 순 없지'라고 외치는 물귀신처럼 내 나머지 치아를 몽땅 뽑아버릴 기세로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몇 번이나 턱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의 순간을 넘어서야
그 핑크꾸덕이들이 '분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놓아준다.
이미 내 눈엔 티얼스......
하아.
마지막인 줄 알았던 지난주에 고친 그 임플란트치아를 오늘 끼우러 갔다.
치과에 가는 길에 남편에게 '제발 오늘이 마지막이길 빌어줘'라고 카톡을 보냈다.
남편은 미래를 내다본 현자처럼
'아닐 수도 있으니 그냥 편하게 마음먹고 다녀와'라고 했다.
지난주에 고쳐서 새로 낀 치아는
치실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이 꽉 꼈다.
제길...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
징글징글하게 틀린 적이 없다.
조심스럽게 다듬어 딱 치실이 적당히 들어갈 틈을 만들어줘야하는데
세번과 네번째 다듬는 사이에 그 '적당함'이 넘어가버렸다.
한쪽은 딱 알맞게 조정이 되었는데 다른 한쪽은 치실이
아무런 저항없이 쑥 들어갔다, 쑥 나올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
그래도 프로페셔널한 우리 치과의사 선생님은
'정말 정말 미안하지만....'
하며 한 번만 더 본을 떠서 다음주에 마지막으로 껴보자고 하셨다.
한쪽이 이렇게 헐렁하면 음식물 찌꺼기가 쉽게 끼고
치아가 썩기 좋은 환경이 되어버린다고.
네,네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도 다 이해하고
귀찮아도 완벽하게 해주시려는 마음에 감사한데
저는 또 본을 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또 한바탕의 눈물과
핑크꾸덕이들의 '또 너냐, 이번에야말로 몽땅 뽑아주마'하는
살떨리는 결의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설마.
설마, 다음주에 또...
에이, 아니겠지?
아닐거야.. 아니어야해.
제발 끝내주세요.
선생님.
'아닐수도 있으니 그냥 마음편히 다녀와'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계속해서 반복재생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