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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Jan 26. 2022

아기 냄새, 무게, 온기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를 에 안았다. 아기를 낳으면 꼭 시간을 내서 틈틈이 글을 남기겠다고 다짐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갓난아기는 엄마에게 쉴틈 따윈 주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은 단유를 해서 약간의 여유시간이 주어졌다. 그게 아니았다면 지금쯤 유축기로 모유를 짜내고 있었을 것이다.



방금 아기에게 분유를 먹였다. 80ml가 현재 우리 아기가 먹는 최대치다. 한참을 열심히 젖병을 빨더니 우유가 조금 남았을 때부터 아기 눈이 풀렸다. 고 쪼그만 눈이 스르륵 감기면서 흰 눈자위만 보이면 그게 또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잠이 든 아기를 품에 안아 소화를 시켜주는 일은 꽤 고되지만 한편으론 영원히 이 순간을 박제하고플 정도로 행복하다.


분유 냄새가 시큼한 아기 토 냄새와 섞여서 내 코를 간질이고 아기의 온기가 묵직하게 내 가슴에 그대로 전해진다. 아기의 거친 들숨과 날숨을 그대로 내 피부를 느낄 수 있는 이 평온한 시간...


내게 허락된 이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소중하다. 힘들고 피곤하면서도 언제까지고 아기를 포옥 안고 싶어 진다. 우리 아가, 우리 아가... 내 품 안에 우리 아가... 보고 있으면서도 이 모습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아 울컥해진다.


너의 냄새, 무게, 온기...

이 모든 걸 엄마는 언제까지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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