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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호랭이
애기 키우는 거 힘들지?
by
마리뮤
May 1. 2022
팬데믹 이후 거의 3년 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대부분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아직 없는 친구들이었고, 몇몇은 아직 싱글이었다.
최근 내 일상은 육아로 점철되어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질문은 육아에 대한 것이었다.
"애기 키우는 거 힘들지?"라고 친구가 가볍게 물었다. 한 3초 골똘히 생각을 하고 "아니 별로 안 힘들어. 애기가 너무 예쁘니까 힘들어도 힘든 것 같지가 않아"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깔깔 웃으며 "지금 방금 좀 망설였는데?" 했다.
친구는 아마도 내가 무척 힘든데 애써 안 힘들다고 좋은 이야기를 한 거라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사실은 "힘들다"라는 말의 무게를 가늠해보느라 3초가 필요했던 거다.
내가 힘든가?
힘들다는 것을 물리적인 힘듦으로만 해석하면 힘든 것이 맞다. 그런데 이걸 심적인 것과 결부해서 판단하자면 약간 안 힘든 쪽에 더 가깝달까? 그래서 대답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예전에 우리 엄마의 지나친 걱정과 관심(?) 때문에 제발 그만 좀 걱정하시라고 말할 때면 엄마가 그랬다.
"너도 네 자식 낳아봐라. 그래야 이 엄마 마음을 알지."
맞다. 내 자식을 낳아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엄마의 마음이란.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 정도로 단단히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내 아이를 낳기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울어도 이쁘고, 콧물을 흘려도 이쁘고, 내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겨도 이쁘고, 악을 쓰고 울어도 이쁘고, 기저귀에 똥을 푸짐하게 싸도 이쁜 게 내 새끼구나.
이걸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말만 듣고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난임으로 고생하며 보냈던 시간들, 임신 후 겪었던 신체변화와 고생들, 출산 당일의 경악스러운 고통, 출산 후 더욱 경악스러운 후폭풍과 통증...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고생스러운 시간들이었는데 내 품 안에서 잠든 이 아이를 얻기 위한 대가였다라고 생각하면 '아 그럴만하다'하고 바로 납득해버릴 정도로 내 자식은 예쁘다.
남편은 말버릇처럼 "우리 우주는 어쩜 이렇게 이쁠까? 내가 내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얘는 테크니컬 하게 예뻐!"라고 말한다.
나는 남편 못지않은 우리 딸의 열성팬이기 때문에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실 내 이성의 한 부분은 알고 있다.
'우리한테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이쁘지 남들 눈에는 그저 좀 귀여운 옆집 아기일 뿐이다'라는 걸.
남들도 우리 아기를 우리만큼 이뻐해 주길 바라는 건 좀 지나친 욕심인 거 같다. 그래도 다른 집들 자식도 이토록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겠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은 나를 한층 성장시켰다.
나도, 남편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부모님에게는 그 모든 고통의 시간들을 기꺼이 지불하고도 안 아까운 귀한 존재였고, 존재이다.
마지막 뽀너스로 울집 귀요미 사진♡
사랑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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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대해, 아이에 대해, 가족에 대해, 경험에 대해, 읽은책에 대해, 나에 대해 닥치는 대로 씁니다. 간헐적 글쓰기로 숨을 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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