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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Oct 06. 2019

읽은티

읽은T 혹은, 읽은Tea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전에는 개인 블로그에 종종 책리뷰를 썼다. 처음엔 부지런히 한 권 읽을 때마다 썼는데, 이내 네, 다섯권이 쌓여도 쓰질 않고 게으름을 피우다 어느 날 하루 쭉 몰아서 쓰기 읽쑤였다. 그럼 보통은 가장 예전에 읽은 책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분명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는데 책을 읽고 일주가 지나고, 이주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면 그 모든 생각과 감정들은 서로 뒤엉켜 커다란 뭉개구름이 되었다. 손을 뻗어서 쥐면 손에 잡힐 듯 한데 막상 손을 뻗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북리뷰는 계속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며칠동안 새로운 매거진의 이름을 고민했다. 평범하게 '책리뷰'라고만 달아도 충분할 것을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제목이 떠오를 때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제목이 '읽은티'였다. 책은 나에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예전 싸이월드 시절엔 주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드러내고 싶을 때 요긴하게 활용했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그 사람이 읽어주길 바라면서 일기장에 내 심정을 대변하는 책 속의 한 구절을 쓰기도 하고, 때론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때 어떤 책을 읽었다며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곤 했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일은 내 개인의 불완전한 기억력을 보조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좀 더 솔직하게는 타인에게 내가 이 책을 읽었노라 '티' 내고 싶었던 것이 크다.


읽은티를 내는 것이 내가 책 리뷰를 쓰는 목적이다.


내 욕망을 인정하고나니 '읽은티'라는 제목보다 더 적합한게 또 있을까싶다. 그리고 읽은티에서 이 '티'가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읽은T 라고 생각하면 티셔츠가 생각난다. 책을 읽고나서 그 책을 나만의 언어로 옮겨 작은 티셔츠를 하나 만드는거다. 그리고 그 티셔츠를 입는 행위는 책을 내것으로 '체화'한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순억지)


읽은Tea라고 생각하면 맑게 우려낸 차가 생각난다. 책을 읽고나서 그 책을 티백으로 삼아 맑은 티를 하나 우려내는거다. 그리고 그 티를 마시는 행위는 책을 온전히 내것으로 '소화'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 이 아줌마 장사 잘하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말이지만 흡족한 작명이 드디어 끝났다! 이제, 읽은티 팍팍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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