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도망치고 싶다

시작만 하고 나면...

by 마리뮤

피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숨고 싶다.

외면하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


시작만 하고 나면...


매번 그랬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결심하는 일이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시작하는 일이다.


그보다 더 잘하는 일은 일단 시작한 일로부터 온갖 핑계를 대고 멀어지는 일이다.



시작할 때는 그 순간의 열정을 기름 삼아 많은 생각 없이 단순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막상 무언가를 시작하고 나면 그것을 유지하고 또 결실을 보기까지 내가 쏟아야 하는 노력과 시간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에 기가 질린다.




충분히 예상했던 고난이어도 상관없다.




이미 시작하기 전과 시작한 후의 나는 달라져있다.




세상에 모든 일이란 게 이런 걸까.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달콤한 꿈을 심어준 모든 것들이 막상 그 일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잔상 뒤에는 현실이 굳은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자꾸만 도망가고 싶은 이 마음을 어찌 붙잡아야 할까.




지금 내 앞에 직면한 이 현실을,

내가 인내하고 감내해야 하는 시간을,


도망치지 말고 마주해야 한다.



알지만... 너무 잘 알지만





도망치고 싶다, 격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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