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치 해변에서 만난 장원영1 _ 2025년 12월

by 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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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사귀고 싶다.”
“나도.”
“일본 여행 가실?”
“너 모르는 여자한테 말 못 걸잖아.”
“외국인한테 말 거는 건 쉬워.”
“좋다. 가자.”
친구의 말에 호기롭게 시작한 여행이었다.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 떠난. 물론 나는 한국인 여자친구도 좋다. 그저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었고, 우리는 숙소까지 한참을 걸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친구가 꺼낸 첫마디는
“헐, 맞다. 공항에서 교통카드 받았어야 했는데, 까먹었다.”
친구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어 친구 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다시 공항까지 걸어갔다.
첫째 날 저녁은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야끼니꾸 집을 갔다. 웬 귀엽게 생긴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말을 걸었다.
“아령하세여~ 자르생겨서요!”
사실 잘생겼다는 말을 한 건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아니었다. 남자 아르바이트생들이 말해줬다. 주문 관련하여 대화를 조금 해보니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한국말을 꽤 잘했다.
“오, 한국말 잘하시네요?”
“게이팝 좋아해요. 세브띤”
“게이요? 좋죠! 저도 세븐틴 좋아해요.”
솔직히 세븐틴에 대해 전혀 몰랐다. 여자의 말에 공감해주라는 말을 책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녀는 나의 스킬풀한 공감 능력에 아마 조금은 설렜을 것이다. 어쩌면 많이 설렜을지도.
야끼니꾸는 3덩이가 나왔다.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오더니 갑자기 불판에 3덩이를 한꺼번에 다 올렸다. 고기가 워낙 빠르게 익어, 자르고 먹기에 급급했다. 타면 맛이 없다고 들은 건 있어서 20분 만에 그 많은 고기를 다 먹어 버렸다.
“뭐냐, 대체 왜 3덩이를 한꺼번에 올린 거야?”
“그러게.”
“이거 인종 차별 아님?”
“너 피부가 좀 까맣긴 해.”
고기 한 점에 사케 한 잔. 홀짝홀짝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입에서 살살 녹은 기억은 있는데, 정말 20분 만에 말 그대로 다 녹아버렸다. 20분에 6만 원을 태우며 허겁지겁 먹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여 여자 아르바이트생한테 물어봤다.
“원래 3덩이를 한꺼번에 올려주는 건가요? 너무 급하게 먹어야만 했습니다.”
“에? 정말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원래 그렇게 먹는 건지 궁금해서요.”
“맞아요, 원래 그렇게 먹는 거예요.”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시 가재는 게 편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비싼 소고기를 이렇게 한 번에 다 올려서 정신없이 먹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가게에 제일 늦게 들어왔는데, 나가는 건 제일 빨랐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뿌뿌.

텐진의 밤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텐진에는 여러 개의 공원이 있는데, 공원뿐만 아니라 길거리도 네온사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블루 OLED를 개발한 국가답게 파란색과 흰색이 적당히 섞인 조명은 밤거리를 예쁘게 비추었다.
“방금 봤냐. 진짜 예쁜데?”
“뭐야. 여기 예쁜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야, 출동.”
“너가 해.”
우정이 워낙 깊어 좋은 일을 서로에게 양보하다, 밤늦게까지 둘이 놀았다. 짠을 할 때마다 사랑보단 우정 아니냐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짠, 사랑보단 우정이지. 짠, 여자친구 사귀고 싶다. 아니, 우정이 최고지. 하.

둘째 날은 유후인-뱃부-다자이후 일일 투어를 다녀왔다.
“야, 오늘은 진짜 꼬시는 거다. 전부 다 한국인일 거 아냐.”
“말해 뭐해. 보여줄게.”
“그래, 너 할 수 있잖아. 너 멋있는 놈이잖아.”
유후인엔 유명한 덮밥 집이 있다. 10시 30분 오픈인데, 최소 30분 전부터는 줄을 서야 한다. 투어 일정이 빠듯하여 덮밥 집 줄부터 서기로 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우리 바로 뒤에 한국인 여자 2명이 줄을 섰다.
“뭐 드실 거예요?”
“예? 음, 고민 중이에요.”
그녀들은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몇 초 정도 지난 뒤 다시 말을 걸었다.
“저희 둘이 여행 다니다 보니까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데, 이따 연못 가서 서로 찍어줄래요?”
“좋아요.”
“이 친구 사진 되게 잘 찍어요. 스냅 작가로도 활동했었어요.”
“오, 진짜요?”
그녀들의 대답은 모두 짧게 끝났다. 존잘 알파남이 갑작스럽게 말을 거니 긴장할 만도 하지. 독자들은 절대 작가의 사진을 확인하지 마시라.
“저희 그냥 밥도 같이 먹을래요?”
“아뇨. 밥은 좀.”
대차게 거절당했지만, 대기 줄 순서대로 입장해서 결국 옆 테이블에서 먹게 되었다. 뻘쭘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저희 같이 앉게 됐네요. 하하.”
“그렇네요. 하하.”
우린 밥을 상대적으로 빨리 먹었다. 친구는 눈치 없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나는 오차즈케가 남기라도 한 듯 연신 뒤적거렸다. 물론 다 먹은 지는 한참 됐었다. 빈 그릇이었다.
그녀들이 일어나는 타이밍에 맞춰 같이 일어났다. 우리도 뒤따라서 계산을 했는데, 계산하고 식당 밖을 나가니 그녀들은 벌써 100미터 가량 앞질러 가고 있었다. 2초만 더 늦게 계산했으면 보이지도 않을 뻔했다. 그렇게 그녀들을 놓아주었다. 애초에 쥔 적도 없지만.
그녀들은 우리와 같은 투어를 신청했기에, 종일 어색한 만남이 지속되었다. 그녀들은 여행 내내 우리를 피해 다녔고, 여자들은 좋아하면 눈을 못 마주친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얼마나 좋아하면 저렇게까지 피하지. 아직 내 매력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보여줬는데. 오랜만에 바니바니 하고 싶다. 하늘에서 내려온 토끼가 하는 말~ 여자친구 사귀고 싶다.
일일 투어가 끝나고 텐진에 돌아와서는 이날도 어김없이 친구랑 둘이 놀았다. 4차인지 5차인지 여기저기 골목을 헤집으면서 정신없이 다녔다. 발길이 닿는 대로 들어가서 그런지, 그 많던 한국인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메뉴판이 일본어로만 가득한 것이 로컬 분위기가 물씬 났다. 손짓 발짓 해가면서 겨우 주문했다. 무슨 음식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아무거나 시켜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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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2편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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