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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Oct 12. 2016

비엔나에 가을이 왔다.

비엔나 디자인 여행 #4 : 벨베데레 궁전 상궁

나는 둔하다. 벨베데레 궁전 정원을 걷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보고서야 문득 '아, 내가 가을을 탔었구나' 생각했다. 한 달여의 뒤숭숭함. 그 이유를 이렇게 깨달음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그렇게도 무거웠던 펜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렇게 써 내려간 이번 이야기는 벨베데레 궁전 그리고 가을의 이야기다.




0. 들어가며

적당한 회색 구름 그리고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씨다. 트램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니 도착한 벨베데레는 입구부터 웃음이 났다. 순백색의 드레스는 이 곳에서도 세상 기쁜 웃음과 따뜻함을 의미하는 듯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들을 뒤로 벨베데레로 들어갔다. 어쩌면 클림트의 키스보다도 생생한 명화가 눈앞에 있었는지도.

네 생각이 참 많이도 났다.

1. 벨베데레 상궁

벨베데레는 이탈리아 어로 전망이 좋다는 뜻의 궁전. 오밀조밀함이 돋보이는 한국의 사찰 건축과 다른 공허할 정도의 드넓은 정원은 청량한 매력이 있었다. 정말 시원했다. 봄에 이곳을 걷던 친구는 가을이, 가을에 온 나는 겨울 그리고 봄의 모습을 기대하는 걸 보니 매력적인 곳임은 분명하다. (상궁 입장료 학생 11.50 유로)


#의외의 색

빈 미술사 박물관과 여느 비엔나 건축과는 확연히 다른 색감인지라 입구의 조각부터 2층을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천장까지 보이는 흰색은 의외였다. 이 시대에도 앙드레 김 선생님만큼이나 확고한 백색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싶다. 시크함이 묻어나는 모노톤의 인테리어다.


#구스타프 클림트

벨베데레 상궁은 클림트의 '키스'가 가장 유명한데,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위의 'Lady at the fireplace'라는 작품. 클림트의 작품은 특유의 장식성 때문에 또렷함과 화려함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굉장히 흐릿하고 고요하다. 그 흐림과 고요 속에서 클림트의 그 어떤 감정이 내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듯해 좋았다.


가이드 분의 말을 빌리면, '키스'는 오스트리아에 귀속된 작품으로 대외 반출을 금하기 때문에 벨베데레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본 클림트의 '키스'는 전부 모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키스'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그 대상이 불분명하다. 아마 남성은 클림트 본인이며, 여성은 그에게 영감을 준 여인들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벨베데레 상궁 후기

내부는 사진 촬영이 거의 안된다. 내부의 작품은 의외로 조각 작품이 많은데, 그중에서 목조 작품이 많다. 분명 다른 미술관과 다른 독특함은 조각 미술에 있었다. 인물화는 미술사 박물관과 다른 매력은 없다.


클림트로 유명하다 보니 대게의 방문객이 클림트 전시관에 몰려있다. '키스'는 한쪽 검은 벽면에 홀로 전시되어 있다. 실제 작품이 주는 아우라는 평범. 오히려 레오폴드 뮤지엄의 클림트 작품들이 훨씬 큰 아우라가 더 기억에 남았다. 그럼에도 클림트의 작품들은 이 사람이 몇 안 되는 생전에 미술로 인정받은 화가인지 끄덕이게 한다. 정말 멋지다.



2. 걸어가며

아직 초록을 잃지 않은 잔디 위 노란 낙엽의 색감, 적당한 회색 구름, 코만 차가워지는 바람. 비엔나에도 가을이 왔다. 낙엽을 떨어뜨린 나무는 가벼워 보였다. 시원해 보였다. 푸르름이 아름답지만 그걸 털어버려야 가을이 오고,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온다. 벨베데레의 가을이 말했다.


내 브런치는 나만의 디자인 언어를 쌓아가고, 그 속에서 얻은 디자인 영감을 나누기 위함이다. 글이 쌓여가는 만큼이나 무거웠던 펜. 오늘만큼은 조금 가볍게 글을 적어본다. 내게도 가을이 왔다. 나는 가을을 보내는 중이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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