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 시립 미술관
디자이너는 많이 봐야 한다. 이 말 한마디만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정작 네덜란드 풍차는 보지 못했으나 많은 미술관과 더치 디자인 위크를 볼 수 있었으니 만족한다. 이번 네덜란드 시리즈의 시작은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과 시립 미술관이다. 건축 자체가 주는 느낌도 워낙 좋았고,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도 좋았던 미술관이다. 이번 네덜란드 여행도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1.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2.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3. 하루를 마치며
학생 할인은 없이 입장료 17.50유로. 램브란트의 작품부터 일본 불교 미술까지 폭넓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전시를 쉽고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한 세세한 배려들이 입장료 값을 하는 미술관이다.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미술관이며, 소요 시간은 최소 3시간 이상.
#예습이 필요한 미술관(feat. 렘브란트)
국립 미술관의 메인은 렘브란트다. 아쉽게도 그의 작품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종교화 특유의 딱딱한 구도와 무거운 색채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명작을 무표정하게 보는 것은 실례이자 공부의 부족일 것이리라. 작품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감상할 수 있는 A3 사이즈의 책자를 제공하지만, 예습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미술관
렘브란트보다 위의 사진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품 앞에 둘러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런 소규모 그룹이 한 둘이 아니다. 아이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미술관의 마음이 돋보였던 투어 프로그램이다. 또한,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을 무료로 나누어 주고, 어린이들을 위한 공작 교실도 진행한다. 미술관은 종일 웃음이 넘친다. :)
#국립미술관 속 바로 이 조명
페이스북에서 이 조명을 보고 몇 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국내에는 해파리 조명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 스튜디오 DRIFT의 'SHYLIGHT'다. 이 조명이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있을 줄이야. 디자인이 전공인지라 국립미술관에서 제일 좋았던 작품은 이 친구다. 실물을 본다는 건 이런 거구나 생각.
#미술관 짧은 평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일반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세세한 안내 책자까지 미술관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보며,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꽤나 비싼 입장료가 이해되는 부분.
한국의 관광지를 떠올리라면, 국립 미술관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여타 미술관도 마찬가지. 우리 안의 장벽 때문은 아닐까? 한국도 위의 프로그램들을 도입해 일반 관람객이 쉽고 편히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장벽이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부 보겠다는 욕심보다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면 지치지 않고, 깊게 볼 수 있는 미술관이다.
건물의 공간감이 좋다. 입장료는 학생 9유로. 디자인, 현대 미술 등 전시와 특별 전시로 구성되는데, 이번 특별 전시의 작가는 키네틱 아트의 거장 장 팅겔리(Jean Tinguely)다. 상설 전시가 참 매력적이다.
#현대 미술 그리고 디자인
편집 디자인과 현대 미술이 참 좋았다. 편집 디자인의 경우, 관람객과 시각적 밀당을 잘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독일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에서 본 정석적 조형 원리를 보는 듯한 탄탄한 느낌이 안정감을 주다가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 한 발이 있다. 굉장히 세련된 디자인.
현대 미술에선 Martial Raysse의 'Peinture à haute tension'이란 작품이 가장 좋았다. 입술의 오렌지빛은 옆의 많은 실험적 팝아트 중에서 이 작품을 단연 돋보이게 한다. 근래에 유행한 네온사인 인테리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보다 한층 고급스럽다. 놀랐던 점은 이 작품이 1936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꽤 오랜 시간 이 작품 앞에 서있었다.
#장 팅겔리의 키네틱 아트
I never managed to finish a picture. ... Movement allowed me to say: OK, The work is done.
미술관 천장과 내부를 가득 채운 전시 규모와 장 팅겔리의 초기 연구작부터 후기 작품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구성이다. 한 작가를 보여주는 정석적인 전시. 5분여에 한 번 전시 작품 전체가 작동하는데, 이 순간 조용한 미술관 전체를 작품이 움직이는 듯하다. 공대 감성과 미대 감성이 적절히 섞인 키네틱 아트는 꽤나 매력적이다.
#미술관 짧은 평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건물 내부를 한 번 돌아보는 걸 추천한다. 옛 건물을 단순히 증축한 게 아니라 새로운 건물을 지어 연결한 독특한 구조다. 뮤지엄 스토어도 디자인 서적과 건축 서적이 한가득이고, 머그컵 등의 기념품도 완성도 높고 이쁘다. 디자인 전공자라면 꼭 가보길 추천.
독일이 무채색 매력이 있었다면, 네덜란드는 화려한 색의 매력이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하는 이 색감은 동화를 마주친 듯한 느낌이다. 나는 노란 밤의 네덜란드가 좋았다. 가로등의 불빛이 자전거를 탄 나를 스치는 게 아닌 내게 스미는 그 감각이 좋았다. 네덜란드는 색의 영감으로 가득찬 도시다.
#네덜란드 유심 / 교통권
유심은 공항에서 3기가 데이터를 45유로를 주고 구입했다. 한 주 일정에 3기가면 충분하다. 시내로 나가면 T모바일 등의 스토어에서 더 싼 가격으로 선불 유심을 살 수 있으니 참고. 교통의 경우, 자전거 도로가 잘 돼있어서 교통권 구매보다 자전거 대여가 더 좋다. 종종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 신호등이 있으므로 주의.
'구독하기'로 여행 속 디자인 영감을 받아보세요!
'공유하기'로 여행 속 디자인 영감을 나눠보세요! :)
한국에서 행동하는 양심인 그대들, 나의 친구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