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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Sep 11. 2016

디자이너의 베를린 많이 보기 #4

유대인 박물관, Do you read me, 몰스킨, 무인양품 등

독일 베를린 여행을 다녀온지는 한 달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글을 마무리한다. 베를린의 마지막 날. 그 '마지막'이란 단어 때문에 급한 마음으로 돌아다녔던 장소들을 찬찬히 정리하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다음에 갈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다시 볼 나를 위해 찬찬히 정리해 본다. 글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기를.


시크했던 베를린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 돼서야 내게 살짝 웃어 보였다. 츤데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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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베를린 많이 보기 #1 - 타이포 뮤지엄,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비키니 베를린

디자이너의 베를린 많이 보기 #2 - 독립출판서점 모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디자이너의 베를린 많이 보기 #3 -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


<목차>

1. 유대인 박물관

2. 메모리얼 투 더 머더드 쥬스 오브 유럽

3. 독립서점 Do you read me?

4. Weinmeisterstraße역 인근 (무인양품, 몰스킨 등)

5. 여행을 마치며


1. 유대인 박물관

박물관에 들어서는 누구든 '유대인'의 그 먹먹했을 호흡을 느낄 수 있다. 다니엘 리브스킨이 지은 이 박물관은 그만큼 완벽히 '경험'에 초점을 맞춘 건축물이다. 관람객이 전시물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건축 자체가 관람객들에게 '유대인'의 호흡을 경험하게 해 주는, 인간의 심리(경험)까지 고려한 박물관이다. 건축에 대해 짧게 설명을 더하면, 인근 건물을 가로질러 지그재그로 지은 이 박물관은 유대인의 삶과 상처를 표현했다고.

#홀로코스트 타워

꽤나 무거운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깜깜한 그곳에 눈이 적응할 무렵, "쿵"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묘한 경험을 했다. 세로로 단 한 줄기의 빛만 들어오는 그 독방. 그곳이 바로 박물관 내부에 위치한 홀로코스트 타워다.


나는 너무나 기분 나쁜 답답함에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만큼 유대인의 호흡을 관람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할지만 고려했지만, 그보다 맥락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깊은 인상을 준다는 걸 배웠다.


더구나 그 좁고 긴 창문을 일부러 인근 놀이터 근처로 향하게 하여, 홀로 이 공간에 있노라면 답답한 그 호흡과 대비되는 아주 약간의 빛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치밀한 계산과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점에 감탄.

#메모리 오브 보이드(Memory of Void)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철로 만든 얼굴 조각들을 밟고 걸어가노라면, 귀를 파고드는 그 소리가 울음처럼 느껴진다. 이전에 호흡으로 가슴으로 느꼈던 '그것'이 이제는 귀에서 머리로 느껴지는 이성적인 혹은 직관적인 공간이다.


이 박물관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도 없이 관람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관람객의 동선보다 박물관의 취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도는 이 박물관을 구석구석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부터 콘텐츠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디자이너에게도 건축가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박물관이다. 간만에 너무 감탄했던, 또 가고 싶은 박물관. (입장료는 학생 3유로, 오디오 가이드 3유로)


*유대인 박물관에 정보 블로그 하단 첨부


2. 메모리얼 투 더 머더드 쥬스 오브 유럽

유대인 박물관에서의 호흡을 그대로 가진 채 향한 곳이다. 내 무거운 호흡과는 달리 이 기념비의 행렬은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었다. 산산한 바람이 부는 숲 같았다. 세계의 역사에 기록된 그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 있었는지 이 곳을 보면서 느낀다. 그들은 사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 것이 틀림없다.


사과의 진정한 의미는 '나'를 생각함이 아닌 '당신'을 먼저 생각함에 있다. 그의 사과가 '나'에게 떳떳한 쇼맨십이 었다면, 시간이 흘러 누군가 다시 그 사과의 자리를 섰어야 했다. 허나 그는 '당신'을 먼저 생각했다. '당신'에게 진정을 다하겠다.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치부를 여전히 손가락질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언젠가 '당신'의 용서를 구할 때까지.


여행객이 찾아오고 새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부모님과 찾아오는 이 곳. 무거운 호흡보다는 잔잔한 여운이 남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치부를 기록한 장소다. 그들은 '당신'에게 아직도 진정을 다하고 있다.


#소녀상은 철거되야 할까?

반면, 최근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협상 기사를 보면 정말이지 화가 난다. '당신'은 논외로 이뤄지는 외교. 돈 몇 푼에 역사를 청산하려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정말..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은 철저히 배제된 교섭과 소녀상의 철거 요구는 일본의 사과에 얼마나 진정성이 없는지 보여준다. 일본은 그들의 자손에게 사과의 자리를 다시금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스스로 선진국임을 자부한다면, 사과의 방법도 선진국다워야 할 것이다.


3. 독립서점 Do you read me?

심플한 간판만큼이나 서점은 심플하다. 그럼에도 사고 싶은 책이 참 많았다. 하라 켄야부터 마르크 스틱도른까지 다양한 디자인 구루들의 책을 볼 수 있다. 그래픽, 건축, UX 디자인에 할 것 없이 종류가 다양했고, 분야마다 책도 신경 써 고른 게 티가 난다. 무료로 배포하는 책갈피 하나까지도 좋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느낀 건 확실히 디자인 서적의 비중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이다. 소수 출판사에서 간간이 출판되는 디자인 서적이 전부인 한국과는 다르다. 이유가 있겠지만, 정수는 책에 들어있다는 말을 보면 디자인 서적이 적은 현실은 조금 아쉽다.

#서점 인근 편집샵

서점을 나와 그 주변 카페와 디자인 편집샵들을 보면 꽤나 트렌디한 디자인 제품을 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당시는 키네틱 아트의 요소를 접목한 조명이 가장 눈에 띄었다.



4. Weinmeisterstraße역 인근 (무인양품, 몰스킨 등)

브랜드 숍들이 모여 있는 Weinmeisterstraße역 인근으로 걸어갔다. 거기엔 암펠만 샵부터 나이키까지 다양한 스토어가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무인양품과 몰스킨을 간략히 남긴다.


베를린의 무인양품은 여행에 초점을 맞춘 스토어다. 주의 깊게 본 것은 압축을 가한 큐브 형태 티셔츠 패키지. 티셔츠와 바지가 이 정도 사이즈라면 여행객들이 하나 사서 캐리어에 넣어 두는 게 전혀 부담되지 않겠다고 생각. 무인양품이 베를린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


몰스킨. 홍대 인근에 오픈했다는 소리만 듣고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베를린에서 오다니. 마침 스마트 라이팅 세트가 출시되어 점원분이 시연해주셨는데 아.. 정말 신세계다. 최근 노트에 글을 쓰고, 에버 노트로 옮긴 뒤 포스팅을 하는 단계를 줄이려 많은 시도 중인데. 이 정도면 사야 할 이유가 되려나. 최근의 몰스킨은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이는 브랜드 팬의 입장에서 꽤나 좋아 보인다. 굿굿.



5. 여행을 마치며

베를린은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교통도 좋고, 관광지끼리 거리도 가깝다. 돌아다니다 보면 예정에 없던 관광지를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몰스킨을 마지막으로 테겔 공항에 가면서 일부러 유명 관광지를 피해 다닌 게 조금은 아쉬웠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줄 알았다면 더 봤을 텐데, 조금만 부지런했다면 다 봤을 텐데 생각.


뭔가 얄밉기도 했다. 흐릿한 하늘에 회색으로 느껴지던 녀석이 마지막 날에 화창히 웃으며 누런 이를 보일 때, 이 녀석은 참 얄미웠다. 그래도 나는 회색의 베를린도 누런 이를 보인 그 날의 베를린도 좋았다. 여러모로 디자인 영감을 얻은 여행지였다.


베를린에 가기 전부터 많은 지인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번 시리즈를 써내면서 꼭 마지막에 감사 인사를 해야지 다짐했는데 한 달이 지나서야 인사를 적어본다. 지난 베를린 여행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좋은 여행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왔습니다!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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