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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Jul 16. 2016

비엔나 디자인 인턴 이야기 #0

공항에서 일터까지 일주일

좋은 기회로 오스트리아 빈에 디자인 인턴으로 왔다. 앞으로 6개월간 이곳에서 생활하리라. 이 글은 비엔나에서 일하는 나의 생존 신고이자 감사의 일기 그리고 디자인 영감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이다. 여행에 관한 글은 아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일하면서 보고 느낀 디자인 영감이 많은 친구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기를.




1. 공항에서 눈에 들어온 것 - 조명 디자인

: 도착 후 떨리는 와중에도 눈에 들어온 것은 조명 디자인. 검색을 해봐도 누가 디자인 한 건지 알기는 어려웠다. 사각 프레임의 단순한 조명이 규모 있게 사용되어 하나의 유기체라는 느낌을 주었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 좋은 통일성. 공항 외관의 사각 유리 패턴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2. 인수인계에서 느낀 점 -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가 존중받는 회사

#브랜드 아이덴티티 (BI 디자인)

"A브랜드는 사진은 00도로 찍고, 폰트는 A에 자간 -25로 하세요. 그리고 B브랜드는 고급화 전략을 쓰는 브랜드입니다. 사진은 대게 00도로 찍고, 폰트는 제목 세리프에 B 폰트 볼드를 쓰시고 본문에 BB 체를 사용하세요. 그리고 컬러는 웹페이지 카테고리 1에..."

: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느낀 점은 분명 외식업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인데 폰트부터 사진의 각도 그리고 음식 그릇 종류의 통일성과 디자인까지 모두 세세하게 신경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는 팀장의 디자인 크리틱은 한국 인턴 시절 경험한 디자인 크리틱과는 차원이 다름이다. 묘한 패배감.


#사용자를 고려하는 디자인

: "이건 뭐예요?" 메뉴판 디자인에서 음식의 사진과 가격 외에 알페벳과 색색 동그라미가 보여 물어봤다. 해당 음식에 알러지 성분 여부를 표기한 것과 매운 정도(빨간 동그라미) 그리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표시(초록 동그라미)였다. 중저가 브랜드의 메뉴판이었다. 아마 한국에선 고급화 외식 브랜드의 메뉴판에 활용하지 싶다. 좋다.



3. 저가 브랜드인가 생존 브랜드인가 - 클레버(clever)

#너한테 클레버(clever) 향이나!?

: 클레버(clever)라는 브랜드가 있다. 샴푸 1L에 1유로(약 한화 1300원)이다. 우유도 만드는 브랜드인데, 마찬가지로 1L에 1유로다. 옆의 친구가 말하길 "너한테 클레버 향이나"라는 말로 차별적 어휘를 구사하기도 한단다. 나는 혼자 생각해본다. 클레버는 어쩌면 저가 브랜드에 속하는 게 아닌 생존 브랜드 일지 모른다고, 한국은 이런 생존 브랜드가 없는 걸 보니 살만하거나 아니면 버티고 있거나.



4. 사용자 경험인가 상술인가? - 이탈리아 레스토랑 바피아노(VAPIANO)

: 팀장님이 디자인 팀을 이끌고 남부 쇼핑타운 바피아노(VAPIANO)로 가서 점심을 사주셨다.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면 내가 보는 눈 앞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완성된 음식을 가지고 테이블로 가는 형식. 팀장님은 바피아노가 맥도널드 직원들이 나와 만든 브랜드로 사용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포장해 웨이터의 인건비를 절약시킨 브랜드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국에선 잘 안된다고.. 개인적으로 테이블의 허브 화분에서 허브를 뜯어 음식에 넣어먹는 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음식점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위해 물 하나까지도 이탈리아 상표가 붙은 제품을 사용하는 점도 좋았다. 메뉴를 못 읽어 리조또를 시킨 건 비밀.



5. 한 주를 마치며 - 신호등을 보며 그리움을 느끼다.

비엔나의 신호등, 두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 생각보다 시차 적응은 어려웠다. 잠에 들면 이곳 시간으로 새벽에 한 번씩 꼭 눈이 떠졌다.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해서 마셔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잘 안되더라. 물은 사 마신다. 퇴근길에 신호를 기다리다 녹색불의 픽토그램에 문득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타지 생활이 어찌 쉬울 수만 있을까.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좋아서 다행이다. 츄스.


#잡담

(1) 혼자 빵가게에서 어쭙잖은 영어로 빵을 샀다. 산 빵을 뭐라고 부르는지가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How did I call It?" (아마 틀린 표현일 것) 그러자 그는 내게 잠시 후 포크를 주었다. 나는 말했다. "땡큐~"


(2) 나이는 23이 되었고, 엄청 고심 끝에 정한 독일식 이름 '막스'는 빛을 보지 못했다. 다들 내 이름을 그냥 잘 불렀다. 구텐 모르겐 대관!




디자인 영감 나누기 : www.instagram.com/big_crown_

(하루하루 일상에서 얻은 재미있는 디자인 영감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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