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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Jul 25. 2016

20대의 여행 : 생각하고 보고 표현하기

알랭 드 보통 저, 정영목 역,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처음이다. 그가 이렇게 비관적이고 신선한 사람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집에 먼지가 쌓여있는 그의 책을 다 읽었을 것이다. <여행의 기술>은 최근 SNS에 올라오는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우리 또래 청년들의 여행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을 던지는 글이다. 이번 포스팅은 여행 SNS 열풍에 대한 본인의 사견과 아쉬운 점 그리고 발전 방향에 대해 책을 읽고 느낀 생각들을 찬찬히 정리했다.




1. 여행인가 유행인가

내가 이 섬에 오기까지 9시간 30분이 걸렸는데, 기억은 불과 예닐곱 장의 정적인 이미지만 남겨놓았다. - 30p.

#청춘의 패키지여행

: 패키지여행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분명 올드하고 편하지만 남들과 획일화된 여행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할 것이다. 20대 친구들에게는 거리가 먼. 하지만 우리는 이미 패키지여행에 빠져있다. 여행 페이지 혹은 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온 여행지에 가서 우리는 같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걸 SNS에 올리는 여행을 한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명언을 종종 적기도 한다. '거긴 어땠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좋다'는 긍정만 있다.


어딘가의 숲이라고 좋았다고 사진만 남기기엔 그때의 바람, 온도, 생각은 사진에 없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 334p.
우리도 요즘 많이 봅니다. 그러나 정작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 많이 보려고 할 뿐,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박웅현 저, <여덟 단어>

#남겨야 할 것은 좋은 사진이 아니라 좋은 생각

: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는 아쉽다. 볼 것은 많지만 시간은 없는 친구들이 속도를 높여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사진만 남기는 문화가.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좋은 사진이 아니라 좋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은 정말 옛말이다. 박웅현 씨의 말처럼 제대로 봐야 한다. 그럼 좋은 생각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2. 생각하고 보고 표현하기

“자,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데생을 가르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두 사람이 클레어 시장을 걸어 들어간다고 해봅시다. 둘 가운데 하나는 반대편으로 나왔을 때도 들어갔을 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 334p.

#생각하고 본다는 건

: 위의 이야기는 책에 적힌 존 러스킨의 말이다. 그는 그림 강연을 하면서 생각하고 보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위에 생략된 다른 한 사람은 어땠을까? 그는 시장을 통과하면서 파의 생김새, 시장의 구조와 색감을 봤다. 물론 위의 언급된 사람도 본 건 있으리라. 하지만 둘의 결정적 차이는 생각의 여부다. 생각하고 본다는 건 같은 것을 보고도 남과 다른 생각을 남기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49576778@N08/6226127548


#생각하고 보기 위해

: 우리는 표현해야 한다. 표현이라 함은 보통 앞에 생각이라는 단어가 생략돼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생각하고 보려면 먼저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터다. 각자 표현의 방식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표현 방식으로 본인만의 여행을 생각하고 보고 표현해보자. 그러면 당신의 여행은 좋은 사진만큼이나 좋은 생각을 남길 수 있다.


반 고흐가 프로방스에 머문 지 몇 년 뒤,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전에 프로방스에는 사이프러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 297p.

: 본인이 생각하고 본 것을 표현하면 여행은 완성도도 높아지고 그 자체로 좋은 콘텐츠가 된다. 위의 말처럼 우리도 한 도시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보여줄 수 있다. 만일 당신의 사진이 여느 SNS 사진과 같다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게 어떨까? 가령 그림이나 글도 좋다. 최근 한 친구가 터키 여행에 대한 글을 본인만의 생각으로 적었다. 그의 여행에 대한 생각과 표현이 좋아 태그 한다. Eyvallah : 터키에서의 24일




3. <여행의 기술> 책 이야기

#여행에 대한 무게를 맞춰주는 저울 같은 책

: 여행의 기술보다는 기초라는 표현이 맞지 싶다. 혹은 기본. 노하우나 방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다양한 여행을 제시하고 생각을 제시하고 비판도 하기 때문. 생각나는 여행은 방에서 책을 펴놓고 누워있는 여행. 여행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조금 무게를 덜었고, 여행에 대해 가벼운 마음을 가진 누군가는 아마 적당히 무거워졌으리라.


#그와 그의 대화 그리고 나

알랭 드 보통은 박웅현 씨와 대화를 했고, 나는 구경을 했다. 본 포스팅에는 많은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여덟 단어>라는 책과 이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존 러스킨의 인용 부분도 두 저자는 비슷한 부분에 영감을 얻었지 싶다. 표현하는 것 그것이 보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 아무튼 식견이 좁은 나는 그저 바라볼밖에.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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