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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Jan 20. 2021

재즈 드러머가 써보는 드럼 이야기

2. 대중음악의 심장  '드럼'


드럼이란 악기는 여러 개의 북과 금속 악기인 심벌들이 손과 발을 사용해 연주하게 된 모둠 악기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복수형인 Drums 나 드럼의 모둠들 (Drum set)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가장 탐내는 드럼 셋 "Ludwig 사의 Legacy Maple Drums"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드러머들은 다양한 사이즈의 북들, 스탠드위에 걸린 심벌들을 연주하여 그루브(Groove:반복되는 리듬 덩어리를 연주하여 생기는 운동감)를 만들어낸다. 심벌과 북들이 하나의 운동에너지로 집약되어 연주된 소리는 1920년대에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윙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지나며 '이것이 드럼 소리다'라고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요즘은 힙합이 대세인 음악시장 때문인지 초등학생도 그루브를 언급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내가 드럼을 처음 배우던 시절에 그루브라는 표현은 대단히 생소한 것이었다. 그만큼 팝 음악에서 리듬감을 중시하는 풍조가 우리의 대중음악에도 깊이 스며들게 되었고 대단한 K-pop의 위용에는 우리나라 뮤지션들이 그루브에 눈을 뜨고 역동성 있는 리듬을 갖춘 음악을 만들게 된 것이 그 계기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어떤 음악평론가가 '왜 일본은 한국처럼 세계적 설득력을 갖춘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 고유 전통음악과 한국의 전통음악이 가지고 있는 리듬감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한 영상을 본 적 있다. 그 음악평론가는 한국의 전통음악이 서아프리카 흑인들이 가지고 있던 3 박자 계열의 리듬과 상당히 흡사한 리듬 구조를 갖추고 있는 리듬적으로 발달한 음악이라고 평가하며 그러한 리듬감이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든 한국사람들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어필하는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의 전통음악의 '흥'은 세계적으로 어필되는 그루브다.


베이스드럼과 스네어 드럼의 일정한 반복 패턴 위에 하이햇이나 라이드 심벌이 얹어져 리듬 패턴을 연주한다. 누구나 이것을 제대로 연주할 줄 알면 사람들은 고개를 까딱거리고 발로 스탭을 밟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대로 연주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악보상에 그려져 있는 콩나물 대가리를 그저 똑같이 쳐내는 것이 아니라 음표가 의미하는 리듬의 운동성을 연주해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제대로 연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제대로 연주되는 리듬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집단적인 최면 같은 에너지는 연주하고 있는 나 자신과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관객의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 낸다. 그루브라는 단어는 이런 음악적 현상(Phenomenon)을 하나의 단어로 축약한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명사나 동사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루브는 단순히 힙합 뮤지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리듬 타는 모습이나 춤추는 동작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의 장르와 속성에 따라 그 음악에 맞추어 출 수 있는 춤이 달라지듯이 그루브도 음악에 따라 그 느낌과 에너지가 달라진다. 그루브는 어떤 음악에나 존재해야 하는 음악의 운동 에너지인 것이다.


펑키 그루브의 전도사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 흑인음악 역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티스트이다. 힙합 음악의 시조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루브는 유럽의 교회음악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클래식에서는 거의 혹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고전 클래식에서 반복되는 리듬을 지속적으로 연주하여 운동감을 발생시키는 장르는 아마도 왈츠 정도가 유일할 것이다. 클래식은 그 원형적 시작이 본래 정적이고 숭고한 음악이다. 그루브는 보다 직관적이며 이성보다는 뜨거운 피가 끓는 감성의 영역을 자극하는 원초적 에너지다. 주류들의 음악세계에 쌓아 올린 숭고한 이성적 클래식의 아성은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 21세기는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요즘의 영상, 디지털 음원 매체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음악이라는 예술장르가 소수에서 다수로, 기성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그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심장을 울리고 피를 끓게 만드는 그루브의 원시적 운동 에너지가 새로운 세대를 매혹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개인적으로 20세기 이후 우리가 대중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의 근원적 에너지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그루브'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드럼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관통하며 그루브를 가장 효과적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 대중음악에 그루브라는 운동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한 심장 같은 악기로 말이다.  드럼은 짧은 역사를 통해 다양한 음악장르와 리듬을 흡수하여 한 사람이 연주할 수 있는 방대한 타악기의 모둠 형태로 발전해 왔다. 또한 동시에 강력한 백비트(Back Beat)로 폭발할듯한 에너지를 연주하는 드러머들 덕분에 드럼 사운드는 대중들에게 가장 정형화된 소리로 기억되는 타악기이기도 하다.

We will rock you의 드럼 인트로 쿵 쿵  따 쿵 쿵 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드럼은 110여 년의 짧은 역사 동안 우리가 듣는 거의 모든 대중음악에서 엄청난 설득력과 대중성을 갖춘 타악기로 발전했다.

 

1920년대의 스윙 시대부터 1965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팝 음악의 발전사


음악의 원초적 에너지를 제공하는 그루브의 기원을 쫓아가자면 우리는 각 나라의 민속음악을 살펴봐야 한다.

리듬을 어떠한 음표로 정의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음악들 말이다. 원시시대에부터 위험에 대비한 신호로 사용되었던 다양한 소리들이 감정을 표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각종 의식과 행사음악으로 사용되게 되면서 각 나라 고유의 리듬과 음악이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사물놀이 같은 근대 국악도 고대부터 내려오는 제례음악과, 추수를 마치고 풍년을 축하하는 다양한 농악, 지역적 특성이 강한 굿 음악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국 팝 음악은 미대륙으로 끌려온 서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노예들의 민속음악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젬베(Djembe), 서아프리카 지역을 대표하는 타악기

세계 각지에 살던 다양한 민족들은 자신들 고유의 음악적 언어로서의 리듬을 연주했다. 격렬하다가도 쉬어가고 흐느적거리다가도 몰아친다. 음악의 에너지는 인간적 감정의 흐름처럼 변화한다. 집단으로 연주되는 전통 리듬은 대부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콜 앤 리스폰스 (Call & Response) 형태를 띠는데 대부분 인간의 언어적 감수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측한다. 음악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의 서사로 정리되어 긴 호흡의 음악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런 발전 과정을 통해 민족 고유의 리듬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고유의 리듬과 음악은 세계의 역사의 흐름을 타고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리듬과 음악은 민족의 정서에 흐르는 피와 같은 생명력으로 남아 지리적으로는 가장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며 세계의 음악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 나라 음악의 특징적 요소들을 구분해서 만든 세계 음악지도

우리가 드럼이라고 부르는 이 악기는 다양한 리듬 배경을 가진 민족들이 뒤엉켜 살던 북미 대륙에서 탄생했다. 남북전쟁에 이어 미국-스페인 전쟁이 끝난 이후의 19세기 말 그곳에서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져 드럼이란 악기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게 되었다면 이 이야기 시작의 반은 성공이다.


#드럼의역사 #드러머가쓰는드럼이야기 #그루브의역사 #그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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