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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Jan 20. 2021

재즈 드러머가 써보는 드럼 이야기

 1. 서문

우리가 드럼이라고 부르는 악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나는 학교, 학원, 개인 레슨 등 다양한 대상에게 드럼을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꾸렸던 적이 있다. 드럼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나에게 드럼이 어떻게 만들어진 악기인지 궁금해하고 먼저 물어보는 사람은 극 소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다양한 영상매체를 통해 드럼이라는 악기를 접하는것이 쉬워졌다. 내가 어린시절 이어폰이나 스피커릍 통해 들어왔던 드럼이라는 악기소리가 큰북이 아래 놓여있고 그위로 몇 개의 작은북, 챙챙거리는 심벌들이 늘어져있는 것이라는걸 처음 알게된 시절 과는 많은것이 달라졌다.  


드럼이 현대의 이런 모습으로 자리 잡는 데는 대략 50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보통 드럼 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리듬을 연주하는 일은 상당한 도전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드럼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취미생들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금세 그만두기도 한다. 음악적 재능이 상당히 뛰어난 아이들도 팔다리가 분리되어야 하는 과정을 시작할 때는 금세 집중력을 잃는다.  당연한 일이다. 사지를 사용하여 리듬을 연주하는 테크닉은 한 사람에 의해 단시간동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뛰어난 드러머들의 경험과 혁신이 세대와 세대를 거쳐 지금의 테크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새로운 리듬을 만들고 실제 연주에 적용하기 위해 오래전 몇몇 드러머들은 연주자리를 잃어야 했다. 너무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드럼의 연원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것을 상세히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손과 발을 사용해 만들어 내는 이 멋진 리듬의 하모니는 대체 어떻게 시작한 것이며, 왜 오른손과 왼손을 크로스 해가며 심벌과 북을 쳐야 하는지 사람들은 크게 궁금해하지 않고 눈앞에 당면한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더욱 집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역사와 배경을 한번 알고 나면 왜 우리가 지금 드럼을 이렇게 연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해결된다. 또한 대중음악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쳐온 드러머들의 삶과 악기의 변천사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다. 

혁신적인 연주로 드럼의 새 지평을 넓힌 케니 클락(Kenny Clarke), 하지만 새로운 사운드에 적응하지 못한 밴드 리더에 의해 한동안 이런저런 밴드를 전전하던 시절을 겪었다.


나는 타당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들은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드럼이라는 악기는 도대체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결국 유학시절 석사논문을 통해 해소하게 되었는데, 그논문의 주제는 "왜 재즈 드러머는 드럼을 이렇게 연주하게 된 것인가?"에 대한 것이였다.   'Historical Development of Jazz drummer's accompaniment technique(재즈 드러머의 반주 기법의 역사적 발전)이라는 거창하고도 긴 제목으로 시작한 이 논문 프로젝트 때문에 말 그대로 개고생을 했다.

 

혈연적, 지역적 뿌리가 하나도 없는 재즈음악과 나의 관계를 뛰어넘어 이 방대한 세계를 나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정리하기에는 모든 것이 역부족이었다. 나의 의문은 '재즈 드럼을 보다 더 잘 연주하기 위해서  재즈 드러밍을 잘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단순한 방법론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길었고, 심지어 어렵사리 찾았다고 생각한 나의 해답에 대한 자신감 또한 부족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과 다양한 텍스트, 라디오 인터뷰 녹음, 수많은 레코딩을 밤잠 설쳐가며 어렵사리 공부한 끝에 겨우 졸업할 만한 논문으로 만들었던 기억이다. 어찌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지 우울증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글을 썼다. 왠지 나 같은 사람이 건드리면 안 될 성역을 건드린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웠던 것 같다. 다행히도 논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 논문에 대해 잊어버리고 살았다. 요즘 들어 그 논문을 누구나 읽기 쉽고 재밌는 이야기로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눈을 두지 않던 이 이야기에 다시 마음이 가고 용기가 생긴 것은 전업 뮤지션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이후 한결 내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에 대한 결과나 반응에 대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드럼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저 가벼운 흥미거리로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커진 것도 다른 이유다. 물론 읽다 보면 재즈 드러머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표현들이 등장하겠지만 여러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로 난이도를 낮춰서 재즈와 팝의 역사, 그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드러머들의 재밌는 이야기들을 다뤄볼 생각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재즈음악과 드럼에 뿌리를 두고 음악을 공부했던 사람이기에 나의 음악적 시각은 제한적일 수 도 있다는 점은 양해를 미리 구해야 할것 같다. 


그럼 1편을 통해서 인사드릴 그날까지.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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