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없는것 - 근거는 없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업무 잘할 수 있어요?
하기 싫은 걸 빼기 보다,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하면 바로 '마음' 이었다.
평상시에는 말을 잘만 하다가도, 도전하고 싶은 직무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점점 풀이 죽었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단한 실력이 아닌데 들키면 어떡하지?'
'이정도 밖에 안되면서 이걸 도전한다고 한 소리 들으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이 내 내면에 가득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그랬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나는 물었다. '자신감'이 무엇이냐고.
정말로 이것저것 따져봤을때 자신감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나?
그럼 그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건가.
근 3달간 직무를 변경하기 위해 정말 끙끙 앓아대며 그건 '근거없는 자신감' 이 필요한 영역이란 걸 깨달았다.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
'근거없는 자신감' 이었다.'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아니 그보다 조금 아래의 기대를 가지고있었고 그것보다 조금 더 높게 성취하면 만족했던 것이다. 부모님의 기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10대, 20대 때 부모님으로부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아빠는 항상 내가 무너질까 걱정을 했다. 그리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아빠의 삶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번에 이렇게 내가 왜 이렇게 '근거없는 자신감'이 없을까 돌이켜보며, 몇가지 일화가 떠올랐고 나는 문득 과거의 나를 치유해주고 오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교 원서를 쓸 때였다. 아마 지금은 학생당 쓸 수 있는 대학의 수가 정해져있을 테지만 내가 고 3 수시 원서를 넣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한사람당 거의 100만원 돈을 써가며 무작정 원서를 넣었다. 당연히 떨어질 걸 알았을 것이다. 그걸 모르는 부모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로 그 돈을 투자했다.그건 자식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것이었다.
하지만 난 4년제 원서를 딱 2개 썼다. 그것도 정말 갈 수 있는 수준의 대학과 과를 선택해서 썼다.
물론 돈 낭비하지 않은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2개를 쓰는것도 매우 힘든 과정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아빠는 2년제에 가서 장학금을 타고 다니라고 했고 나는 그게 싫다고 하며 크게 싸웠었다. 아빠는 여러 논리를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4년제 내가 원하는 곳을 넣을 수 는 있었는데 아빠는 2년제에 가서 용의 머리가 되길 원했던 것이었다. 그게 안정적이니깐.
그때 아빠랑 엄청 많이 싸웠던 것 같다. 그냥 믿어보겠다고, 해보겠다고 하는 가족이 없었다.
감사하게도 그 2개중에 한개가 붙어 나는 소프트웨어를 전공했고, 지금도 그걸로 잘 먹고 살고 있다.
두번째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할 때였다.
또 아빠의 걱정이 시작됐다. 아빠는 뉴스를 보니 요즘 취업이 너무 힘들다면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컴퓨터로 사무보조를 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너무 큰 꿈을 꾸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그걸 지원해줄 수 없다면서.
내가 잠깐 공무원을 해보겠다고(지역인재) 6개월정도를 공부했을 때는 되지도 않을거에 시간을 쏟는다고 엄청 혼을 내기도 했다.
누군가 여기까지 들어보면 대학교 졸업때까지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니 부모님이 힘드셔서 그런게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20살이 된 이후로 단 한번도 생활비를 받아보지 않았고 4년 내내 알바를 해서 내돈을 내가 벌어 썼으며, 4년 내낸 거의 전액 장학금을 타고 학과 2등으로 졸업했다.
이때도 아빠와 엄청 싸우기도 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한번에 대기업에 붙어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20대 후반까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 아 이렇게 모두들 나에게 기대를 안했는데, 나는 이렇게 보란듯이 더 잘 됐다구? 하하하'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10대, 20대에 기대를 받지 못한 어린날의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그래서 자꾸만 안해본 것을 못하는 것을 도전할때 주눅이 든다는 걸 말이다.
가끔 친구들을 보면 이 친구는 뭘 믿고 그렇게 긍정적일까? 그렇게 자신감이 넘칠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그게 바로 축적된 시간에 쌓아온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그리고 환경, 그리고 그때 안될걸 알아도 도전해본 것. 그리고 실패했더라도 돌아갈 가족과 집이 있다는 것.
나에게는 그게 부족했고, 나는 항상 애쓰는 삶을 살았었다.
다행히 나는 이제야 내면에 이 상처받은 아이가 아직도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있었구나, 이 마음안에.
꿈도 기대도 얼마나 큰 아이인데,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면의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노력하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근거없는 자신감을 억지로라도 키워서 꼭 보란듯이 해내보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