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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08. 2019

그때 그 부장이 퇴근을 미뤘던 까닭?

 내가 그 위치에 서고 보니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부장은 오늘도 제때에 퇴근을 안 하시려나? "나도 제시간에 맞춰 퇴근 좀 해봤으면 좋겠다" 퇴근시간이 다가옴에도 좀처럼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부장을 향한 불만의 넋두리, 내가 대리 시절에 가끔 해보곤 했다.그럴 것이 특별한 업무가 있지 않는 한 제시간에 퇴근을 하셨었는데 부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어느날부턴가 그런 퇴근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우리 사무실의 경우만 해도 옛날 퇴근에 대한 퇴행적 관념이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내 대리시절 당시만 해도 퇴근을 미루는 상사들 때문에 불만 많은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었다.상사들은 "신경 쓰지 말고 퇴근하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나라 직장 정서상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상사보다 먼저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 문을 나서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을 시절었다.


만에 하나 그랬다가는 "눈치 없는 녀석 보게, 퇴근을 하란다고 진짜로 퇴근을 하네" 쩨쩨하고 옹졸한 마음을 담아둔 상사들로부터 "언제 어느 때 빌미의 비수가 되어 되돌아올지 모른다"는 점을 직원들은 너무나 잘 알았었다.그래서 간이 배밖으로 나온 직원 아니면 그럴 바에 "조금 참고 견디다 부장이 퇴근을 하면 그때 뒷따라 나가는 것이 오히려 속편하다"고 생각했던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그때 당시 우리 부장은 왜 그렇게 퇴근을 반기지 않았던 걸까,당시에는 그 숨은 심오한 뜻도 모르고  "퇴근을 하지 않는다" 불만만 가졌던 나였다.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 역시 어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승진 계단을 밟아갔고 호칭은 다르지만 오늘날 그때 당시 부장과 같은 위치에 서고 보니 그때 부장이 왜 그러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그것은 나에게 직장에서 직급 상승이라는 변화만 있었던게 아니었기 때문이다.그에 따른 개인적 생활습관도 대리 시절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우선 1주일에 한두 번 가졌던 술자리 횟수도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변했다.흐르는 세월에 장사가 없다고 나이를 먹다 보니 아무래도 술을 받아들이는 몸도 젊은 대리 시절만 못했던 이유인 걸까,


뿐만 아니라 젊은 대리 시절에는 장가 안 간 친구도 많았다.그래서인지  술 한잔 하자며 꼬드기는 사람들도 많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친구들도 거의 없다. 그때 당시 친구들은 다 장가를 가고 가정에 충실하다 보니 술 한잔하자는 친구들도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추측도 해본다.또한 내 경우와 같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주량 감소도 먼저 술 한잔하자는 친구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말이다.


따라서 술먹는 약속도 거의 없으니 퇴근시간도 늦어지는 내 경우다. 그리고 술이 아니면 퇴근 후 취미생활이라도 가져야 할 텐데, 게으른 탓인지 그런 취미도 나에겐 없다. 또한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집에 일찍 들어가기도 좀 그렇다.가족 전체가 사회생활로 썰렁한집 일찍 들어가 봐야 TV 리모컨이나 붙잡고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바에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게 더 낫다고 보는 내 경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유로 퇴근을 미루고 있는 나를 보고 우리 직원들은 어떤 눈초리의 화살을 쏘아 댈까, 모르긴 몰라도 그 옛날 내가 대리시절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퇴근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가 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라며 나를 향한 불만의 뒷담화나 "쑥덕쑥덕" 거리고 있지나 않을까,라는 지레짐작 상상을 해보면서 내 대리 시절 그때 그 부장의 입장도 헤아려 보게 된다.


더불어 우리 직원들에게 이 글을 빌려 부탁 좀 해볼까 한다.나는 직원들 붙잡고 싶어 퇴근을 미루는 구태의연한 꼰대가 절대 아니니 눈치 보지 말고 제시간에 퇴근을 해도 좋다. 대신 너희들이 빨리하고 싶은 퇴근을 내가 왜 주저하는지 그 이유만은 알아 달라,너희들도 나처럼 언젠가는 "퇴근 후 갈 곳 없는 가련한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라면 더욱더 그러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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