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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06. 2019

김용균 님,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죠?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에 세상은 변해가고 있어요, 걱정 말고 편히 쉬세요,

아들이 취업했다는 말에 누구보다 신이 난 엄마 었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 보란 듯이 회사에 취직한 아들이 대견하고 예쁘기만 했다. 이런 아들에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고민할 것도 없는 양복이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에 예쁜 넥타이를 맨 말끔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 무엇보다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특하게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알아준 착한 아들 또한 엄마가 선물해 준 양복을 차려입고 엄마 앞에 나서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가 사준 이 양복을 입고 '열심히 회사 다니겠습니다' '충성' '엄마~'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와 함께 다소 거만한 거수경례를 아들은 엄마에게 올린다.

이런 아들에게서 엄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두 번 다시없을지도 모를 소중한 장면을 한 번만 보는 것으로 끝낼 수 없다. 엄마의 휴대폰은 자연스럽게 아들을 향했다. 아들이 작업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공개되어 더욱더 심금을 울렸던 동영상이다.

그러나 이런 엄마와 아들의 행복의 순간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에 취직한 아들의 회사는 양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하늘 높이 솟은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연기가 휘날렸다. 작업장 내부는 두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석탄가루로 흩날렸다. 바닥은 떨어진 석탄가루로 발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극한의 현장,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앞설 수밖에 없는 작업 환경이었다. 그래도 아들은 코와 입을 방진마스크로 단단히 막은 채 꿋꿋이 견디며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몇 개월만 근무하면 정규직 채용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취업을 했다는 말에 양복을 사주며 즐거워했던 엄마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심성이 고운 아들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아들은 이런 와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릴레이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일을 담당하는 '김용균'입니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은 직접 고용으로!라는 그야말로 소소하기 그지없는 내용의 푯말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아들은 이런 만남의 소원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석탄가루가 날리는 컴컴한 작업 환경에서 조그마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며 오직 정규직의 꿈을 위해 버티어 온 아들은 입사 3개월 만에 정규직의 꿈도 대통령과의 만남도 뒤로 한 채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나고 말았다.

취직됐다며 엄마가 사준 양복을 입고 마냥 즐거워했던 아들이 저세상으로 갔다니 엄마는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참혹한 아들의 주검 앞에 엄마는 꿈이 아닌 현실임을 인정해야 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이 못다 이룬 소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장례식까지 미룬 엄마는 우리 아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노동자가 다시는 이 세상에 없어야 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아무리 모진 세상이라도 엄마의 이런 눈물 어린 호소를 모른 채 할 수 없었는지 체류하던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 법으로 다시 태어나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아들 용균이가 생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정규직의 설움을 토로하려고 했던 소원도 엄마가  대신 이루어 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다시는 아들 용균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노동자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약속도 받아 냈다.

오는 3월 11일이면 김용균 님이 떠난지도 어느덧 3개월이 되어 갑니다. 김용균 님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죠? 여기 세상은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더디지만 조금씩 변해가고 있어요, 걱정 말고 편히 쉬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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