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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an 10. 2020

정신적 행복은 육체적 편함보다 좋다

어느 날 지하철 그 젊은 여성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입니다 

1년에 25억 명 이상 이용하고, 하루 평균 8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지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헤어지면서 발생하는  도 녹아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자리 차지의 애환도 빼놓을 수 없지요, 빈자리를 얻기 위해 미처 내리기도 전에  먼저 들어가려 무리수를 두는 승객들이 있습니다. 좁다란 지하철 객차에 들어서자마자 먹이 찾아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빈자리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승객들도 있습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우선 빈자리부터 잡고 보자는 승객들에게 주변의 따가운 눈총 따윈 있을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자리를 차지하면 편하고 좋으니 누구보다도 앞서 쟁취해야 할 목표물인 셈이지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지하철 자리 차지가 생존의 본능에서 비롯된 거라면 탓할 이유 없다고 봅니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나라고 그 생존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어느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지하철의 빈자리부터 살피는게 습관화됐습니다. 어찌하다 빈자리가 눈에 들어오면 누구보다도 먼저 들어가 앉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지 '행동으로 옮기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나라고 다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나는 어느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지하철 자리 쟁탈전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도 그랬습니다. 퇴근길의 복잡한 지하철, 승차를 하자마자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날 것 같은 승객 앞에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빨리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속 바람도 갖었지요,


무언의 바람이 통했을까요, 그 승객, 무릎 위의 짐가방을 자꾸만 고쳐 맵니다. 마치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그럴 뿐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 승객이 괜히 얄미워 지려 합니다. 목적지가 아니라서 내리지 않을 뿐인데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요,


그 순간 바로 옆 자리의 승객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 자리는 내 순서가 아닙니다. 어느 20대 여성이 줄곳 대기하고 있던 자리입니다. 당연히 그 여성이 앉아야 할 자리이지요, 그런데 그 여성은 곧장 앉지를 않습니다. 그렇게 수초 간 자리는 비워 있었습니다.


그 자리 거두절미 내가 앉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앉아가는 게 편하다고 어떻게 남의 자리를 탐할 수 있겠습니까, 단념하기로 했습니다. 순간 그 여성이 나에게 앉을 것을 정중히 권합니다. 그것도 안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좌석 쪽으로 아주 공손히 말이지요,


젊은 여성의 행동이 너무 고마워 오히려 앉지를 못했습니다. 나는 괜찮으니 그 여성에게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 여성도  재차 나에게 앉을 것을 권합니다. 나는 적극적으로 여성의 등을 좌석 쪽으로 밀었습니다. 그제야 여성은 '고맙습니다' 라며 앉더군요,


당연히 앉아야 할 본인의 자리 뭐가 그리 고마웠을까요, 그것만으로 그 여성의 마음씨가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음은 무슨 연유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그 아가씨 또한 기분 좋게 앉아가는 자리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빈자리 났다고 자신의 순서가 됐다고 덥석 앉지 않았습니다. 본인보다 연장자로 보이는 나에게 나름의 배려는 충분히 했습니다. 그러니 앉아도 마음이 편했을 자리였겠지요, 여성의 작은 배려가 이렇게 서로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그날 어느 날 보다 행복한 퇴근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날을 계기로 육체적 편함보다 정신적 행복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빈자리를 두고 내가 먼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정신적 행복은 나 혼자만이 아닌 서로가 행복하다는 소중한 진리를 깨우처 준 그 젊은 여성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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