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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ug 26. 2022

나는 칫솔을 은폐하지 않는다  

칫솔 보관법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힙니다

하루 평균 수백만 명 이상이 이용한다는 지하철은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요, 하루의 시작과 끝맺음을 같이 하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헤어지면서 발생하는  도 녹아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삶과 궤적을 같이 해 온 지하철에서는 시대의 변화상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지하철로 20여 년을 출퇴근해 온 나에게 그동안 지하철에서의 변화상을 꼽으라면 언뜻 두 가지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것은 바로 무료신문과 이동상인이 없어진 점이에요,


한때 지하철의 출근길에서 무료신문을 펼쳐 든 직장인들이 그 시대의 상징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손안에 작은 세상 모바일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지하철의 풍경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동 상인 역시도 지하철의 빼놓을 수 없는 변화상이라고 봅니다.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만큼 지하철 내 이동상인들은 한때 수없이 많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각자 마련해 온 작은 손수레를 이칸, 저칸 끌고 다니면서 본인들만의 입담과 노하우로 가지고 온 제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들 역시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하철 차원의 지속적인 단속의 영향도 컸겠지만 그보다, 다**와 같은 초저가 생활용품점이 등장하면서 결국 이들이 지하철에서 설자리를 잃게 만든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에는  '다 있소' 라는 명칭에 걸맞게 문구, 완구, 공구류, 욕실 화장용품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다 있습니다. 거기에 제품 하나에 천원짜리가 대부분이고, 5,000원이 넘는 게 별로 없으니 지하철 이동상인들을 밀어내는 힘은 충분했습니다.


나 또한 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고 엊그제 퇴근길에도 그곳을 찾았습니다. 이유는 사용연한이 지났다고 판단된  칫솔을 구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칫솔모의 형태와 다양한 손잡이 등의 칫솔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칫솔들을 보면서 사실 별거 아닐 것 같이 취급당하는 하찮은 칫솔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용품라는 생각이 그날 문뜩 들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예부터 사람들은 치아는 오복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치아는 우리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자 최대의 즐거움인 뜯고 씹고 맛보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굳이 힘주어 강조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정도이니 그런 옛말이 무리는 아닐 듯싶습니다.


문제는 치아의 중요성이 비단 먹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치아는 그 사람의 인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치아가 하얗고 가지런한 사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주 좋은 인상으로 기억됩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치아는 상대방에게 주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위축을 가져오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름답고 건강한 치아관리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치과치료뿐만 아니라 적절한 칫솔 선택과 올바른 양치질 그리고 칫솔 보관방법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보면 칫솔을 은폐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칫솔모를 칫솔 전용 캡으로 씌운다든지 아니면 통에 넣어 보관하는 등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아마 칫솔을 공기 중에 노출시켰을 경우 '먼지 등으로 오염되지 않을까? 란 걱정에서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칫솔을 은폐하지 않습니다. 먼지 등 이물질이 달라붙을 더러움 보다 아직 덜 마른 칫솔을 덮거나 가리고 숨김으로서 오는 세균 번식의 우려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한여름 장마철 때와 같이 습도가 높은 눅눅한 생활환경에서는 더욱더 칫솔을 은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도 나의 칫솔은 사방팔방 탁 트인 허공에 외로이 홀로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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