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화장실에서 볼일 말고 무엇을 하는 걸까요
자가용이나 혹은 길을 가다 갑자기 그분이 찾아온다? 이럴 경우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없다거나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사람이 있다면 입장 참 난감할 것으로 보이는데 나 또한 그런 적이 있다.
어느 날 거래처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사무실 복귀를 얼마 남겨 놓지 않는 지점에서 아랫배가 슬슬 아파왔다. 동시에 뇌 회로에서는 화장실행을 알리는 노란 경고등도 켜졌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정말 참을 수 없을 급박한 조짐이었다.
차를 세우고 찾아갈 마땅한 화장실도 없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의 화장실은 언제 어디서나 문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일반 건물 등 사적인 장소의 화장실은 어느 누구 아무 때나 이용해도 될 만큼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회사에 빨리 도착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살얼음판 걷듯 겨우 회사에 도착 1층 로비 화장실부터 찾았다. 하지만 모든 칸이 사용 중이었다. 더 지체할 것도 없이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 사무실에 위치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 층 화장실에는 대기자도 있었다. 수분 여가 수십 분여처럼 느껴지는 생리적 고통을 참아가며 '부랴~부랴~' 찾았건만 참으로 입장이 난처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아래층으로 향했다. 천만다행으로 그곳에는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화장실은 비어있지 않았고 3칸 중 한 곳만 문이 열리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그나마 조금 나은 상태였다.
그런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화장실 문은 도통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화장실에서 볼일 말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길래 급하게 기다리는 사람 생각지도 않고 그토록 오래도록 머물고 있는지 화까지 치밀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궁금증도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자료검색을 하다 우연히 직장인들의 화장실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도한 인터넷 뉴스를 접했다.
조금 오래 전의 조사였다. 하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으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본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 내에서 본인만의 아지트가 따로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장소는 다름 아닌 화장실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본인만의 아지트를 갖는 이유에 사무실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라는 응답자가 25.5%였다. 아지트에서 주로 하는 것은 스마트 폰으로 전화, 메시지 연락이 22.6%로 1위였다. 2위 역시 스마트 폰 게임 및 SNS, 서핑이 22.3% 였다. 이로 인해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13분이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곰곰이 곱씹어 봤다. 사무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사방팔방 꽉 막히고 한평 남짓한 조그마한 화장실 안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만지작~'거리며 직장생활의 애환을 달랠 수밖에 없는지 같은 직장인으로서 그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사무실의 답답함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에게 화장실은 사무실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단지 편안함 그 자체가 좋아서 찾게 되고 그래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