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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l 22. 2022

이 세상 싫다, 혼자 가면 그만인가요

남아 있는 가족의 슬픔을  먼저 생각하라

여행길에서 우리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그렇지 못한 추억도 간직하게 됩니다. 그래서 추억은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아 있나 봅니다.


1995년 8월 말 나는 직장동료 3명과 함께 전라도 남해안쪽으로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당시 밤기차를 타고 아침 일찍 도착한 우리는 민박집에 짐꾸러미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인근 해수욕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휴가 절정기가 끝나서인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넓은 바다가 전부 우리 것인 양 풍덩 뛰어들었고  '쏴~아~악~ 쏴~아~악~ 밀려오는 파도에 몸까지 맡겨가며 오래도록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시간은 흘러 어둠이 느껴져 민박집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휴가 첫날밤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해 간 고기 등을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즈음 민박집 할머니께서 직접 잡은 '소라'를 들고 오셨고 자리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더위가 저만치 물러간 여름 끝자락,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한 뼘이나 높아진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등불 삼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중 민박집 할머니의 입에서 밖의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셨다고 했습니다.  그중 딸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 중 만난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는 말에 큰 상심을 가진 나머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꺼내 놓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일행과 나이 때가 비슷해 그날따라 더욱더 딸 생각난다고 하셨습니다.


먼저 가슴에 묻은 슬픈 딸 이야기를 끝내신 할머니의 눈밑으로 주르륵 눈물이 흘리셨고, 우리들 역시도 눈가에 눈물이 맺힐 뻔했던 그해 여름휴가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즐겁게 간 휴가였지만 즐거울 수만 없었던 웃픈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어느 곳에선가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가고 없으면 슬퍼할 엄마 아빠 동생 형 누나 등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이라면 극단적 선택 앞에서 다시 한번 굳은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나는 그때 그 민박집 할머니의 슬픈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그들에게 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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