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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ug 07. 2020

간밤 사무실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자세한 내막을 알고 보니 바로 이런 이유였다

그제 역시도 출근하자마자 사내 휴게실부터 들렀다. 그곳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는 작은 마트다. 커피, 빵. 과자. 음료수 등 간식용 먹거리들이 수시로 보충된다. 돈은 내지 않고 먹고 마시지만 직원들이 일해서 번 돈, 즉 회사 공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어쩌면 돈을 내고 먹는 거나 마찬가지인 회사 휴게실 마트다.


내가 출근 때마다 그곳을 찾는 이유는 특별한 게 없다. 일회용 봉지 거피를 종이컵에 말아 마시는 소소한 행복 때문이다. 집에서 뿐만 아닌 업무 중에도 거의 마시지 않을 정도로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침 출근 그 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달달한 커피 한잔의 유혹이 생기고 결국 이를 뿌리치지 못하고 그곳에 들러 도장을 찍곤 한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일을 마무리해서일까, 다른 날에 비해 홀가분한 마음에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며 '룰루랄라~' 커피 한잔을 타 발걸음도 가볍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헉~ 이게 뭐야'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래서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는 커피를 떨어뜨릴 뻔할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사무실 광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눈에 들어온 사무실 천정은 여기저기 커 다린 구멍이 숭숭 뚫려 마치 폭탄을 맞은 듯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이 모습에 황당해 넋이 반쯤 나가버린 채 그 아래를 '쭉~' 흩어 내려다보니 직원들 책상 위에는 마치 노점상이 장사를 마치고 마감을 쳐 놓은 듯 폴리에틸렌 투명 비닐이 길게 덮어 있는 등 그야말로 사무실은 부도를 맞은 회사에 빚쟁이가 다녀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지나간듯한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분명 어제 퇴근 때까지 멀쩡했던 사무실이었는데 간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사무실 천정이 저렇게 처참한 몰골로 변해 버렸던 걸까, 우선 이렇게 된 자초지종부터 알아야 했다. 아직 우리 직원들은 한 명도 출근도 안 한 상태, 그래서 보안과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 천정이  커 다린 구멍이 숭숭 뚫려 마치 폭탄을 맞은 듯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수화기를 들고 그곳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소장이라는 분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여기 OOOO 사무실인데요, 지금  우리 사무실이 '엉망진창' 말이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이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소장님은 먼저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만나 뵙고 상황을 말씀드리겠다'면서 올라오셨고 사무실 이렇게 된 내막을 소상히 설명한다.


사실 오늘 새벽 3시경 천정 소방용 스프링클러 메인 배관의 한 부분이 부식 수압에  견디지 못하고 터져 물이 '줄~줄~'흘러내렸다고 했다. 참고로 스프링클러는 화재 초가 진압에 아주 중요한 소방설비다. 그런데 이 설비의 메인 배관이 터저버려 이를 당직 순찰 중인 시설 직원이 발견, 전 직원에게 연비 상락 동원되어 응급조치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컴퓨터 등 기타 업무시설에 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 소장님 말씀대로 자체 확인 결과에서도 천정 텍스가 물에 젖어 파손된 거 말고는 컴퓨터 등 다른 업무용 장비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 나 역시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라 여겼고 그래서 회사의 소중한 자산과 자료들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관리소 직원 여러분들의 밤잠을 설친 노고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 출근해 보니 그제 소장님 약속대로 천정텍스까지 깔끔하게 교체되어 사무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깜쪽같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 있었다. 이 역시도 관리소 직원분들이 새벽같이 나와 고생한 결과라 생각하니 다시 한번 관리사무실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사실 우리 직원들은 지금까지  관리사무실 직원들의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고 나니 관리사무실 직원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추석에는 어떤 정성과 마음으로 그분들의 노고에 답해야 할지 전 직원들과 함께 고민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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