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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20. 2019

지옥철의 이런 짜증, 왜 내시나요?

"왜 밀고 그래..  신발을 왜 밟아"..의미 없는 짜증입니다.

퇴근길 1호선 신도림역, 지하철역 중에서도 이용객이 많기로 소문이 난 역, 언제나 그랬듯이 동인천행 급행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줄은 길게 늘어서 있다.

'띠르룽띠르룽~'띠르룽띠르룽~'

"지금 동인천, 동인천행 급행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가 역내로 진입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곧이어 동인천행 급행열차가 미끄러지듯 스르르 멈춰 선다. 출입문이 열리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이 우르르 승차한다.
 

그런데 승객들이 반도 타기도 전에 지하철 안 여기저기에서 '그만 타세요? '밀지 마세요? 등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신도림역에 도착하기 전 객실은 이미 승객들로 만원인 상태, 신도림역 그 많은 승객들을 모두 태우기에는 역부족, 미쳐 타지 못한 승객들이 밀고서라도 무리하게 타보려는 과정에서 나온 신음소리다.

그런데 이런 지옥철에서 가끔씩 이런 말로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왜 밀고 그래" "신발은 왜 밟아" "왜 어깨를 치고 그래"


콩나물시루보다 더한 지옥철 안은 그저 전동차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떠밀리고, 등산용 배낭 가방에 짓눌리고 제대로 서서 가는 것 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옥철 안은 승객 개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관성의 법칙만 적용되는 곳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어깨를 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신발도 밟을 수 있는 게 지옥철의 곤욕인 것이다.


따라서 지옥철 안에 기분 좋은 승객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여 다들 자기최면을 걸어가며 그저 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왜 밀고 그래"라며 뒤를 돌아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든지 "신발을 밟고 어깨를 쳤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야"라며 따지려 드는 것은 오히려 다른 승객들에게 "저 사람 이 상황에서 저렇고 싶을까"라는 눈총만 받는 무의미한 짜증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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