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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21. 2019

우리 시대 요양원 남들만 가는 곳이 아닐 수 있다

모두의 잠재적 대상이 되어 버린 요양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몇 년 전 뉴스에 보도된 사연입니다. 치매 아내를 간호해 오던 80대 할아버지가 아내를 태운 승용차를 몰고 저수지에 모두 빠저 숨진 채로 발견되었는데요, 이후 할아버지가 자식 3형제에게 남긴 한 장 분량의 유서를 보면 그 사연이 안타까움만 자아냅니다.


"이제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너무 힘들다. 내가 죽고 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까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라고...


경찰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할아버지는 4년 전부터 아내의 치매 증세로 인해 "대소변을 직접 받아 내는 등 간병을 지극정성으로 해왔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할아버지는 함께 사는 막내아들 부부가 어머니를 돌보려고 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자신 혼자서 병간호를 도맡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경우 혹시 "아내가 자식들에 의해 요양원에나 보내지지 않을까"라며 "항상 걱정을 해 왔었다"라고 합니다.


이 할아버지의 경우처럼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요양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7년 전 엄마의 건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으신 우리 아버지도 그랬습니다. 뇌경색이 발병한 엄마가 재활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하자 아버지께서는 대놓고 말씀은 안 하셨지만 못내 소원하신 눈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의료적 처치, 처방, 투약 등이 가능한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을 그렇지 못한 비의료기관인 "요양원"으로 잘 못 이해하고 계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요양원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된 지금 자식들이 부모를 직접 모시는 일도 쉽지가 않는 냉엄한 현실인 것도 사실이고, 꼭 부모와 함께 사는 동거 부양만이 효도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인해 '시설 부양을 선택하는 추세이고 보면 불가피한 대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듯 요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실시로 정부가 요양원 입원 어르신들에게 건강보험료의 80%를 제공하자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일도 급속히 증가를 했습니다.


여건상 부모를 시설에 모시려는 자식들과 한 명의 노인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요양시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는 아닐까란 생각입니다.
 

문제는 일부 요양원들의 불법적인 행태가 "요양원의 부적적 시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통제가 안된다는 이유로 치매환자의 손과 발을 침대에 묶어 놓거나 수면제나 진정제를 과다하게 투여해 하루 종일 잠만 자게 해 욕창이 생기게 만드는 등 오히려 병을 더 키우는 일부 요양원들이 그렇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 치매, 뇌졸중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오늘의 우리 시대에 요양원은 어느 누구나 갈지도 모를 잠재적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일부 요양원들의 이런 행태가 못내 아쉽고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요양원은 "가는 사람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보내는 사람 가슴 아파하는 그 옛날 군대와 같은 곳이 아니라 탁란 된 뻐꾸기 알을 정성껏 품고 키우는 뱁새 둥지 같은 곳이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요양원은 "한번 들어가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라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가 되도록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라는 것을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훗날 요양원에 갈지도 모를 잠재자이기에 더욱더 간곡히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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