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창 신부범 Jul 29. 2021

엄마의 결혼 재촉에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한 거 아닌가요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이었지요, 집에 도착할 무렵, 가방 속 휴대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이 시간에 어디에서 온 전화일까, 누구든 다 좋지만  회사에서 온 전화만은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요,


이런 내 바람이 통하기라도 했던 걸까요. 다행히도 휴대폰 액정화면에 떠오른 발신인은 회사가 아닌 조카였고 그래서 더욱더 반가웠었지요,


'조카, 웬일이야..?'


'웬일이긴요, 삼촌이랑 술 한잔 하고 싶어죠,


요즘 시대, 혼술 문화가 유행이라지만 그래도 술이라는 게 상대를 앞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안주로 마셔야 제맛이 아니던가요, 더군다나 조카의 흔하지 않은 제안이니 주저할 것도 없이 호응으로 답했지요,


그렇게 그날 나는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조카집으로 향했었지요, 그리고 적당한 술안주를 배달시켜 조카와 주거니 받거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도중에 평상시보다 조금 늦게 퇴근한 형수께서도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같이 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조카와 형수 셋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어느 순간 형수께서 조카의 결혼을 재촉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결혼할 마음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형수께서도 그럴 것이 조카 나이 올해 서른다섯, 옛날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생 정도의 자식을 두었을 그야말로 노총각 중에 노총각인 셈이죠, 결혼 적령기가 많이 늦춰진 오늘날의 잣대로도 혼기에  찬 나이니 형수 입장에서는 조카의 결혼에 신경을 안 쓸레야 안 쓸 수 없었던 것이죠,


물론, 형수께서는 평상시 조카의 결혼 재촉을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는 눈치입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요즘 자식들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부모의 결혼 성화며, 그래서 혼기에 찬 남녀가 명절 때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려는 것이 요즘 세태라는 것을 형수라고 모를 리가 있겠어요,


그렇지만 어쩌다 술 한잔 하게 되니 평소에 하지 못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아들 결혼에 대한 속내가 기어코 밖으로 표출되고 말았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엄마의 그 어떤 말에도 '유들유들' 잘 받아 주며 성격 좋다는 소리를 들어온  조카는 그날만은 조금은 달랐어요, 형수의 결혼 성화에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은 말로 본인만의 생각을 내 비치는 거예요,


'아들이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한 거 아니야'


조카는 그러면서 '엄마는 결혼을 해야만이 아들의 행복이고, 엄마의 행복으로 알고 계신가 보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혼 안 한 지금도 얼마든지 행복하니 이게 곧 엄마의 행복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것이었는데요,


조카의 이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나 혹은 친인척 어른들의 결혼 성화에 못 이겨하는 결혼, 그야말로 결혼을 위한 결혼이 행복을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 들고, 그래서 조카의 말처럼 결혼을 안 하고도 자식이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의 행복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옛말에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3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태어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죽는 일이며, 세 번째는 결혼이라고요,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것은 무리보다 순리대로 가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날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조카는 '비혼주의'거나 '독신주의'는 아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더운 여름, 시원한 겨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