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창 신부범 Sep 12. 2023

구걸 좀 한다고 말 함부로 마세요

어느 날  퇴근길, 강남역 지하철 2호선을 향해 걸어가는데 한두 발 앞서 걸어가던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분이 주거니 받거니 주고받는 대화가 네 귓속에 유난히 파고든다.


"아니 요즘 세상에 왜 저러고 살까"

"그러게, 하다 못해 막일이라도 해서 저 짓을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어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양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두 남성이 주고받는 대화의 소리가 구걸하는 사람도 충분히 들릴만한 소리였다. 만약 구걸하는 분이 대화내용을 듣기라도 한다면 마음이 좋을 리 없을 터다.


"그들에게 무슨 자존심이 있어'

 "하는 꼴로 봐서는  그 소리 들어도 싸지"


어떤 이들은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구걸인도 사람이다. 구걸 좀 했다고 대놓고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까,


우리가 그 사람의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막노동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고, 그래서 구걸이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


구걸은 죄가 아닙니다. 말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수도권은 제비꽃 보기 쉽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