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 농가에서는 논농사준비를 서두를 때라는 절기 청명도 지난 지났다. 낮기온이 부쩍 오른 요즘 전국의 산과 들에서 초록빛 새순이 앙증맞게 돋아나고, 개나리 진달래에서 화사한 벚꽃까지 만개한 모습도 이미 봤다.
이런 아름다운 봄일수록 어릴 적 추억에 기인한 고향이 그립고 가고 싶기도 한 것이 고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향 한번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상황에서 더욱이 고향에 부모도 안 계시다면 고향을 한번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일지 모른다.
고향? 다시는 안 찾을 것처럼 떠나온 고향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향의 향수는 더욱더 짙어진다. 고향의 향수별거 있을까, 한여름에는 코 끝을 찌르는 진한 향기의 아카시아, 가을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비포장 도로 사이로 피어난 코스모스의 청량함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봄에는 지천에 널린 각종 봄꽃들이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생각나는 봄꽃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논둑에 새파랗게 돋아난 각종 풀숲 사이로 피어난 보라색과 흰색의 제비꽃이다. 그때 모습은 지금도 꽃 모양만큼이나 순수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제비꽃을 유난히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두가 아름답고 좋지만, 제비꽃보다 훨씬 화려하고 멋진 꽃들이 많지만, 제비꽃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가 그 어느 꽃보다도 아련한 봄의 추억과 고향의 향수를 일깨워 주는 꽃이 바로 제비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제비꽃을 볼 기회가 좀처럼 쉽지 않다. 지방보다 유독 발달된 산업화로 인해 논밭을 보기가 어려워지는 등 제비꽃이 자랄 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시기적으로 이미 지났으니 내년에는 고향 따라 삼만리 제비꽃 찾아 나서기라도 해야 될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