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어느 고층 빌딩 외벽에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 있다. 지면으로부터 약 1미터 정도 떨어진 외벽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Y자 모양이다. 얼마나 중요하길래 저렇게 윤이 나도록 관리가 되고 있을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연결송수관 송수구"라는 명판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연결송수관 송수구'
빌딩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펌프차의 소방호스를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연결송수관 송수구에 연결, 빌딩 내부에 있는 스프링 쿨러나 옥내소화전으로 압력수를 보내어 화재를 진압하는 일종의 화재진압용 소화설비다.
이 설비의 재질은 재질은 구리(Cu)에 아연(Zn)을 첨가하여 만든 황동(黃銅)이다. 황동은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색상이 거무티티하게 변한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미관상 좋지 않으니 약품을 이용해 닦다 보니 반짝반짝 빛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분들이 이설비의 윤택 내는 일을 할까, 어느 날 그 궁금증은 풀렸다. 인근 빌딩을 지나다 연결송수관을 열심히 닦아 내는 분을 목격하고 물어본 결과 그곳 빌딩에서 미화일을 담당하는 분이었다.
사실 건축물 설비하나 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나쁜 인상도 줄 수 있다. 그래서 연결송수관 송수구가 반짝반짝 윤이 난다 고 이상하게 보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할지 모른다. 세상사 모든 게 깨끗해서 나쁠 게 없고 더군다나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강남 길거리에 노출된 시설물인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무슨 문제가 될까,
문제는 깨끗함을 넘어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윤택을 내야만 하는지 다. 연결송수관 송수구의 표면을 윤택을 내면서까지 관리하지 않는다라고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는 그렇게 큰 지장을 줄리는 없을 터다. 그래서 소화설비의 용도 치고는 너무 과도하게 윤택을 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전적 의미의 깨끗하다는 것은 "때나 먼지가 없이 말끔하다"는 뜻으로 그 어떠한 것도 가미가 되지 않는 순수 그 자체를 말한다. 하지만 볼 때마다 깨끗함을 넘어 반짝반짝 빛이 났던 그 연결송수관 송수구 소화설비에서 미화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것 같아 그저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