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창 신부범 Apr 30. 2024

민들레 홀씨 머리도 괜찮겠다 싶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민들레 홀씨

퇴근 무렵 사무실, 업무로 바쁜 팀원들에게 '힘내라'며 피로회복제 한 병씩을 건네주는 팀장, 그리고 이를 건네받아 든 여직원은  다소 지친 표정의 모습으로 본인의 속마음을 넌지시 말한다.


'팀장님… 박O스도 좋지만 직원 좀 더 뽑아 주세요'


어느 제약회사가 TV로 내보낸 광고형 캠페인의 일부다. 캠페인 내용 중 여직원이 말하는 "뽑아 주세요"가 같은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뽑다의 사전적 의미는 '잡아당겨 빼내다'다. 즉  빼낸다는 것은 여러 개 혹은 다수 중 선택을 한다는 얘기와도 같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광고의 회사는 직원을 더 '채용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선택을 여직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건의를 받았지만 나의 경우는 지금 '머리 염색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의 시점에 선 것 같다.


젊은 시절 내 머리숱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풍성했고, 머리색도 숱검댕이처럼 새까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차츰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머리숱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흰머리도 옆머리를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갔다.


이렇게  자꾸만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변해 가는 내 모습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거울에 비치는 흰머리만큼은 없애 보려고 처음에는 한 올 한 올 핀셋으로 뽑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뽑아낸 흰머리보다 새로 생겨난 흰머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뽑아내는 것은 이제 의미 없음을 인지했다.


그래서 지금은 염색까지 고려할 지점까지 이르렀다.


얼마 전 이발소를 방문했다. 평소 거울에 비친 흰머리보다 보이지 않는 뒷면의 흰머리는 얼마나 많을까, 내심 궁금했던 나는 이발소 아저씨에게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흰머리가 많나요?라고 물었다.


"흰머리상태로 봐선 염색을 권할 정도는 아직은 아니에요"


이발소 아저씨가 '염색을 해야 되겠네요' 말했더라면 가능한 한 염색을 하지 않으려 했던 내 마음도 조금은 흔들릴 수 있었을 텐데 '아직은'이라는 말에 흰머리의 고민은 조금을 던 거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발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동네 인근 공원에 들렀다. 상큼한 봄바람을 맞으며 공원 여기저기 돌아보는데 민들레 홀씨가 내 시선을 이끈다. 아래서 내려다본 홀씨의 모양새가 마치 사람의 머리를 위에서 바라본 모양과 흡사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화려했던 은 날의 꽃은 지고 비록 중앙의 정수리가 도드라지게 보일 정도로 풍성하지 않은 하얀색의 홀씨로 변했지만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 민들레 홀씨를 보고 잠시 생각해 봤다.


사람 또한 세월의 흐름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온 흰머리, 이 모습이 싫다고 인위적인 염색으로 꾸미지 않아도 민들레 홀씨처럼의 자연스러움이 어쩌면 더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굳이 흰머리 염색의 과도한 집착은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짬짜면, 살짝 아쉬운 두 가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