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이라고 불렀던 나문재는 주로 바닷물과 밑물이 만나는 서해안 갯벌에 서식하는 한해살이 염생식물로 식용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나문재다.
엄마는 그곳에서 이런 나문재를 야들야들한 새순만을 일일이 채취해 보물단지 모시듯 집에 가져오시곤 했다. 그리고 깨끗한 물로 정성껏 잘 씻어낸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로 헹군 후 큰 냄비에 담아 된장, 고추장 마늘 참기름, 설탕등 양념을 투하한 후 조물 조물 손맛까지 곁들여 예쁜 접시에 담아 자식들 밥상에 내놓으셨다.
그러면 우리 자식들은 그 나물을 게눈 감추듯 홀딱 해치워 버리곤 했다. 그만큼 엄마가 정성껏 무쳐 낸 나문재나물은 오돌오돌 씹히는 특유의 식감과 새콤, 달콤 그리고 염생식물 자체의 자연스러운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엄마 때문에 나문재를 알게 되었고, 엄마 때문에 그 나물 맛을 알게 된 나문재나물,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난 뒤에는 그 맛있는 엄마의 나문재나물은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아파트가 갯벌도 빼앗고 나문재도 빼앗아 가버린 까닭이다.
그래도 그때 그 시절 엄마의 나문재나물의 추억까지는 빼앗지 못하고 남아 엄마를 그리워하며 생각할 수 있음에 그나마 참 다행이다.
커버사진: 실제 엄마가 무쳐낸 나문재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