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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y 13. 2024

아파트에 빼앗긴 엄마의 나물이 그립다

조용한 휴일 오후 따스한 봄볕이 환하게 창문을 두드린다. 그 모습에 나도 자동적으로 창문 쪽으로 다가선다.굳게 닫힌 창문을 스르르 열어보니 5월의 봄 손님은 참 포근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새파란 하늘엔 새하얀 뭉게구름이 유우자적 떠 있고, 창문 아래로는 초록색 은행잎의 싱그러움이 내 눈을 깨끗이 정화시킨다. 


그러고 보니 자연은 참 위대하다 못해 숭고함 마저 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앙상한 갈색 나뭇가지만 외로이 서 있었다. 하지만 봄과 함께 어김없이 새순이 돋아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참 예쁘게도 초록색으로 갈아입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과 평안을 주는 푸른 하늘의 새하얀 뭉게구름과 초록색 은행나무잎을 뒤로하고 저 멀리로 시선을 고정해 본다. 그런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따닥따닥 붙어 있는 회색빛 아파트촌이다. 


나는 그곳을 바라보며 엄마의 나문재나물을 잠시나마 그리워해 본다.


사실 그 아파트가 들어 서기 전 그 자리에는 원래 갯벌이었다. 그때만 해도 엄마가 건강히 살아 계실 적이다. 지금 사는 집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그곳을 엄마는 자주 가자고 하셨다. 이유는 그곳 갯벌에는 한해살이 염생식물인 나문재가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행이라고 불렀던 나문재는 주로 바닷물과 밑물이 만나는 서해안 갯벌에 서식하는 한해살이 염생식물로 식용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나문재다.


엄마는 그곳에서 이런 나문재를 야들야들한 새순만을 일일이 채취해 보물단지 모시듯 집에 가져오시곤 했다. 그리고 깨끗한 물로 정성껏 잘 씻어낸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로 헹군 후 큰 냄비에 담아 된장, 고추장 마늘 참기름, 설탕등 양념을 투하한 후 조물 조물 손맛까지 곁들여 예쁜 접시에 담아 자식들 밥상에 내놓으셨다.


그러면 우리 자식들은 그 나물을 게눈 감추듯 홀딱 해치워 버리곤 했다. 그만큼 엄마가 정성껏 무쳐 낸 나문재나물은 오돌오돌 씹히는 특유의 식감과 새콤, 달콤  그리고 염생식물 자체의 자연스러운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엄마 때문에 나문재를 알게 되었고, 엄마 때문에 그 나물 맛을 알게 된 나문재나물,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난 뒤에는 그 맛있는 엄마의 나문재나물은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아파트가  갯벌도 빼앗고 나문재도  빼앗아 가버린 까닭이다. 


그래도 그때 그 시절 엄마의 나문재나물의 추억까지는 빼앗지 못하고 남아 엄마를 그리워하며 생각할 수 있음에 그나마 참 다행이다.





커버사진: 실제 엄마가 무쳐낸 나문재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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