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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y 23. 2024

내 입맛의 간을 남에게 강요 마세요

각자 가지고 있는 음식의 간에 대한 취향도 그만큼 소중하니까요,

어느 날 밥상에 계란탕이 올랐습니다. 살짝 맛을 보니 싱겁습니다. 음식에는 간이 맞아야 합니다. 간이 맞지 않으면 도통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그냥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말을 꺼내 봅니다.


"국이 싱겁네요, "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입맛에는 간이 맞는데 싱겁다고요, 너무 짜게 먹지 마세요, "


아시다시피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취향, 성격등이 서로 다른 독립된 객체입니다. 따라서 음식도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조금 짜게 먹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다소 싱겁게 먹기도 합니다. 국밥을 파는 식당에서 소금을 별도로 식탁에 비치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을 감안해서는 아닐까요,


그런데 아내는  '내 입맛에는 간이 맞는데 당신은 왜 싱겁다고 하느냐?' 며 마치 아내 본인의 입맛이 모두 같은 입맛인 양 전체화 시키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팍 상해집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다소 짜증 섞인 말로 대꾸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당신 입맛에 간이 맞는 거고 나는 싱겁다니까, "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여 건강을 해친다는 요즘 세태,  될 수 있는 한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는 이른바 저염식식단이 유행인 점을 고려하면 아내의 말은 내 건강의 염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아내의 진심이 무엇인지 먼저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대응한 점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경위야 어찌 됐던 음식의 간에 대한 본인의 잣대를 상대방에게 섣불리 재지 말았으면 하는 평소 지닌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무턱 된 저염식이 건강에 꼭 이로운 것만도 아니고 오히려 염분을 너무 적게 섭취했을 때 오는 부작용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보면 내 음식의 간을 남에게 강요는 가급적 삼가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귀중한 소금만큼이나 각자 가지고 있는 음식의 간에 대한 취향도 그만큼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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