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밥보다 뭔가 먹고 싶다.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라면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안 먹지도 않는다. 휴일 가끔씩 라면이 생각나 끓여 먹곤 하는데 우선 칼칼한 국물맛이 생각 나서다. 그런데 라면을 끓일 때 나름의 순서가 있다. 보통 끓는 물에 라면, 수프를 넣는 순서와는 달리 물이 끓기 전에 수프를 넣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법에는 과학적 근거에서도 아니다. 이렇게 끓어 먹을 때 라면 맛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면은 무엇보다도 국물맛이 최고라고 하지만 면발이 물렁하고 쫄깃하지 않으면 온전한 라면맛을 맛볼 수 없다.
그래서 난 라면을 끓일 때 면발이 약간 덜 익을 즈음 아예 불을 꺼 버린다. 그러면 식탁으로 가져가는 동안 자체 열에 의해 면발이 적당히 익어 내가 딱 좋아하는 쫄깃한 라면 면발의 식감이 된다.
이렇듯 나는 라면뿐만 아니라 음식의 식감을 매우 중요시한다. 푸석거리지 않고 와삭와삭거리는 사과를 선호하고, 물컹물컹한 떡보다 쫄깃한 떡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의 빵이나 고기를 즐겨 먹는다.
미역국이나 두부 그리고 묵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부드럽기는 하지만 씹히는 식감이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그러나 같은 미역이라도 미역귀나 미역줄기는 좋아하는데 이 둘 다 씹히는 식감이 내 입맛에 딱 맞아서다.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돋우는 돌솥 날치알 비빔밥
어제 점심은 지인과 함께 했다. 메뉴는 비빔밥이다. 사실 비빔밥 하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음식에 속한다. 그런 만큼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소고기가 들어가면 육회비빔밥, 산체나물을 넣고 비비면 산체 비빔밥등 어떤 식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비빔밥의 이름도 달라진다.
내가 어제 지인과 먹었던 비빔밥은 날치알 비빔밥이다. 지인에 의해 처음으로 가본 이 집 돌솥 날치알 비빔밥은 일단 돌솥으로 밥을 짓는다. 그래서 밥알부터가 뜨끈 뜨근하고 탱탱하다. 그 위에 잘게 썬 양배추와 적당히 익은 무생채, 잘게 채를 썬 당근 그리고 콩나물, 상추와, 깻잎에 김가루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홍색과 흰 노랑빛의 화려한 색감의 날치알을 화룡정점 듬뿍 얹어 나온다. 여기에 각자 취향에 맞게 고소한 참기름과 초고추장을 적당히 넣고 이리비비고 저리 비벼 한 입 입에 가득 넣으면 날치알 특유의 '툭~툭~' 터지는 식감이 첫 숟가락부터 "그래 바로 이 맛이야'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이렇게 날치알 비빔밥에 반한 이유는 날치알의 환상적인 식감뿐만 아니라 탱글탱글한 밥알, 와삭거리는 양배추와 무생채 그리고 당근채와 콩나물등의 식감의 조합이 내 입맛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게다.
이렇듯 식감은 음식에 있어 상당한 중요요소다. 각자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식감이 좋아야 그 음식의 맛도 배가 된다. 뜯고 씹고 맛보고 그 유명한 제약회사 광고의 카피는 음식에서 식감이 주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닐까,
어제 돌솔날치알 비빔밥의 식감에 반해버린 나, 한 번으로 끝날 수 없어 오늘 또 가 볼 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 먹어야 할지 아니면 직원들과 함께 그 맛을 공유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씩 웃어 본다.
<식당정보>
"김밥까페 강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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