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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둘기의 엄마 사랑,애틋합니다

by 거창 신부범

어제 점심을 먹기 위해 건물 밖을 나설 즈음 빌딩 한편에서 어슬렁 거리는 비둘기 두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비둘기들과는 달리 그 비둘기 두 마리는 다가가 만지려 해도 반경 2~3M 주위만 뱅뱅 돌뿐 도통 날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녀석들 봐라, 사람 무서운 줄 모르네"


요즘 도심가 비둘기들은 도망가기는커녕 '뭘 봐 이런다'는 우수캐소리가 회자될 만큼 사람들을 그렇게 두려운 존재로 보지 않는 습성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면 푸드덕 날아가 버리는 게 보통의 비둘기들인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어제 그 두 비둘기들에게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냥 가자는 직원들의 말에 그냥 자리를 떠 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 후 혹시나 하고 그 장소를 다시 가보니 여전히 그 두 마리의 비둘기는 그 장소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해 시간을 두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날개 한쪽이 축 처진채 잘 걷지도 못하고 자꾸만 주저앉으며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기만 합니다. 그 비둘기의 상태로 보아 어디가 몸이 안 좋아도 단단히 안 좋은 듯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비둘기와는 달리 또 다른 비둘기는 눈망울도 초롱초롱해 보였고 걷기 등 행동도 정상으로 보여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 두 비둘기의 관계가 평범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추측되어 더욱더 관심이 갔습니다.


나름의 추정을 해 보건대 (사진 왼쪽) 몸이 안 좋은 비둘기는 나이기 좀 들어 보이는 등 언뜻 보아도 엄마, 그리고 (사진 오른쪽)의 건강해 보인 비둘기는 몸집도 왜소할 뿐 아니라 목둘레 부분에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는 등 그 엄마의 자식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여기에 털의 색깔과 무늬까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볼 때 두 비둘기의 관계는 피가 섞인 유전적 관계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미루어 짐작을 해 봅니다.


만약 이 두 비둘기가 엄마와 자식의 관계라는 내 추측이 맞다고 보면 몸이 아파 날기는커녕 걷지도 잘 못하는 엄마를 위해 한시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엄마 곁을 지키고 있는 자식 비둘기의 눈물겨운 엄마사랑이 참으로 애틋해 보였습니다.


"엄마 비둘기야, 어서 빨리 훌훌 털고 자식 데리고 날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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