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창 신부범 Jun 14. 2024

나는 달맞이꽃이랍니다

아침 출근길에 지고 퇴근길 밤에 피는 꽃

출근길 이불을 걷어내기가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출근을 위해 일어나야 할 새벽 4시인데도 육체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요구하고 머릿속은 지금 일어나라고 재촉하며 육체와 정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천근만근' 같은 이불을 겨우 걷어내는 정신적 승리를 거두고 출근준비를 서두르지만 몸상태는 어딘가 모르게  여기저기 좋지 않습니다. 몸뿐만 아니라 기분 또한 괜스레 우울합니다.


그런데 이 여파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고스란히 지하철 출근길로까지 이어집니다. 때문인지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닥치고 잠부터 잡니다. 이는 잠시나마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한 내 나름의 묘책인 셈이지요,


이렇게 나는 아침 출근시간이면 시들시들 지고 마는 꽃이 되는데요, 비단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승객들 대부분은 눈을 감고 잠을 청하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 액정에만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이는 곧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회사원들도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한 탓이라고 한다면 과도한 해석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퇴근길에는 이와는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니 야릇 야릇하기만 합니다. 불과 수시간 전 퇴근길에 안 좋았던 몸 상태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쁜하기만 합니다. 우울하고 심란했던 기분 또한 유쾌, 상쾌합니다. 


이렇게 나는 희한하게도 퇴근길 밤이면 활짝 피는 꽃이 됩니다.


밤에 피는 대표적인 꽃으로 달맞이꽃이 있습니다. 달을 맞이하러 나온 모양 밤에 활짝 핀다 하여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런데 이 꽃은 아침 해가 뜨면 꽃잎이 오므려 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 출근길에 지고 밤 퇴근길에 활짝 피는 나는 달맞이꽃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달맞이 꽃말도 기다림이라고 해요, 저녁 퇴근의 행복을 기다리며 오늘도 그 힘든 아침 출근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나는 달맞이꽃이 분명한 듯합니다.


아울러 나와 같은 모든 달맞이꽃 여러분 파이팅 하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커버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비둘기의 엄마 사랑,애틋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