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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n 26. 2024

돼지꿈은 배신을 않는다

당첨의 행운은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 언제나 그러했듯이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지그시 감아 본다. 그런데 지하철 좌석은 눈만 감으면 곧바로 잠들곤 하는데 참 희한하기도 하다. 그날도 역시 그랬다. 순간 검은 돼지 새끼가 느닷없이 내 품에 덥석 안기더니 내 얼굴을 뻔히 처다 본다. 


돼지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콧구멍 두 개가 훤히 보이는 납착코다. 그런데 그 돼지의 납작코가 유난히 도드라라 져 보이길레 그 코에 뽀뽀를 하는 것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꿈을 꾼 것이다. 그것도 꿈 중에서 최고의 재물 꿈이라는 돼지꿈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생생한 돼지꿈은 처음 꿔 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사롭지 않는 꿈으로 느껴졌고 돼지꿈만으로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기분 좋은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저녁 돼지꿈 얘기를 가족들에게 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믿거나 말거나 지만 돼지꿈같은 좋은 꿈을 함부로 발설하면 꿈의 효력이 반감된다는 속설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복권 사야지"


결국 참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꿈얘기를 했더니 말이 끝나지 마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돼지 꿈 하면 우선 복권부터 생각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실제로도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무슨 꿈을 꿨냐고 물어보면 되지 꿈을 꿨다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그런데 내가 이런 돼지꿈을 꾸게 되다니 "당연히 복권을 사야지"라는 가족들의 말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사실 나는 복권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쩌다 잔돈 몇천 원이 주머니에 있으면 그것을 지니고 다니기 귀찮아 "에라 모르겠다 복권이나 사야지"라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첨 가능성이 높다는 돼지꿈을 꿨으니 은근히 복권을 사볼 욕심이 생겼다. 다음날 퇴근길에 곧바로 복권방에 들러 10,000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미 당첨된 복권이라도 된 것처럼 애지중지 보관하다 드디어 추첨 일 날 부푼 기대를 안고 확인을 했다.


"그럼 그렇지 나에게 그런 큰 행운이 돌아 올리 없지"


복권 1등의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 것이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비록 1등은 아니었지만 5등은 당첨되었다. 돼지꿈은 배신을 않는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5등에 당첨될 확률도 1/45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5등에 당첨된 것도 어쩌면  돼지꿈이 가져다준 행운이라 여기며 꿈의 해석을 긍정적으로 하고 싶다. 꼭 1등에 당첨되고 돈벼락을 맞아야 만이 행운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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