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창 신부범 May 15. 2019

정육코너 직원이 말한 생삼겹살이 없는 이유

일정한 두께로  보기 좋게 자르려면 냉동을 안 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자주 찾는 동네 마트가 있다. 이곳 마트가 다른 마트에 비해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싼 가격도 있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내 마음에 딱 들어서다. 특히 야채나 과일 같은 농산물은 정형화된 중량과 규격으로 포장이 되어 많든 적든 선택의 여지없이 가져가 때로 남아돌아 버릴 수밖에 없었던 대형마트의 판매방식과는 너무 달라서 좋다.


예를 들어 서민 찬거리인 콩나물이나 버섯 등은 필요한 양만큼 담아 가져 가도록 진열을 해 놨다. 혼자 살거나 아니면 두세 명 소가족이 대세인 요즘 세태에 딱 좋은 소분 판매 방식이다. 상추 등 쌈 채소류의 판매방식도 마찬가지다. 채소 종류별로 단가가 다른 게 아니라 무조건 100g당 얼마다.


그래서 이것저것 각종 채소류를 봉지에 담아 저울에 올려 가격 라벨만 붙여 가면 된다. 쌈 채소류를 유독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력적인 판매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삼겹살이 먹고 싶어 그곳 마트의 정육코너만을 고집하며 수년째 단골이 된 이유도 이런 채소류 판매방식이 마음에 들어서기도 하다.


이런 내가 어느 날 금요일 저녁 퇴근 후도 그곳 마트 정육코너를 찾은 적이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 마트 정육코너 직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생삼겹살에 대한 미처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그에 대한 글을 이곳 브런치에 쓰려고 한다.


우리의 관습상 모임이나 회식 같은 즐거운 자리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 즐거움을 더해 줄 수 있는 것 중에 술만 한 게 없기 때문에 그럴지 모른다.


그런데 술에는 유독 잘 들어맞는 찰떡궁합인 안주가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보편적 기준으로 살펴보면 시원한 맥주에는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이 최고다. 부슬부슬 비오날 유난히 생각나는 파전에는 우리 고유의 술인 막걸리가 안성맞춤이다. 

모임이나 회식에 술은 빠질 수 없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 안주로는 삼겹살을 으뜸으로 치켜세운 이들이 많다. 돼지의 다른 부위와는 달리 삼겹살은 적당한 간격으로 지방질이 분포되어 있다. 이런 삼겹살 고유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서 감도는 담백함과 고소함이 먼저 마신 소주의 쓴맛을 단박에 잠재워 버린 까닭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소주 안주 삼겹살의 찬가를 부르고 있는지 모른다.


꼭 소주 안주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돼지 부위로는 삼겹살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돼지 부위 중 g당 가격으로 따졌을 때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게 삼겹살이다. 그럼에도 없어서 못 파는 게 삼겹살 부위라고 한다. 이 때문에 국내산 삼겹살로는 수요를 감당 못해 외국에서 별도로 수입하기도 하는 부위기 바로 돼지 삼겹살이기도 하다.


이런 맛있는 삼겹살도 쌈 채소와 같이 곁들여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쌈을 싸 먹지 않고 소금장에 찍어 먹는 진정한 삼겹살 마니아들도 많지만 나의 경우는 쌈장과 마늘 매운 고추와 함께 쌈채소에 싸 먹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렇게 먹으면 고기의 느끼함을 감해 줄뿐만 아니라 소화도 훨씬 잘 되고 쾌변에도 도움이 되기에 더욱더 즐겨하는 방식이다.

삼겹살을 냉동시키지 않고는 이같이 일정한 두께로 가지런히 자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겹살을 먹다 보면 '생삼겹이냐 아니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나와 내 동생의 경우도 그런 그런 경우다. 생삼겹살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냉동되지 않는 삼겹살을 생삼겹살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날 마트 정육코너 직원으로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들은 얘기는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냉동시키지 않고 생고기 그대로 팔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엄밀히 따져 잠시나마 '얼리지 않는 생삼겹살은 없다'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그 직원의 말이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기계로 삼겹살을 일정한 두께로 보기 좋게 썰려면 어느 정도 살의 강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냉동을 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얼리지 않는 생삼겹살로는 일정한 두께의 가지런한 모양은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게 그 직원의 귀띔이다.


마트나 정육점에 삼겹살을 구매하러 갔을 때 칼로 손수 썰어서 준 경우는 별로 없지 않느냐는 것이 그에 말이다. 절단기계로 썰던가 이미 기계로 썰어 진열해 놓은 삼겹살을 저울에 달아 판매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냉동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삼겹살이라는 것이다.

이같이 4~5cm 이상의 두께로는 생삼겹으로 파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나마 냉동하지 않는 생삼겹살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그 마트 정육코너 직원의 부연된 설명이다. 단, 위의 사진과 같이 4~5cm 이상의 두께로는 생삼겹으로 파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님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이런 두께로 판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냉동 시간에 따라 맛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중에서 사 온 고기를 가정에서 바로 구워 먹었을 때는 맛이 좋았는데 먹다 남은 삼겹살을 냉장고 냉동실에 3~4일 보관했다가 그 후에 꺼내 구워 먹으면 처음 먹었을 때 그 맛이 아니라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냉동 시간이 너무 길어 맛의 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님이 많아 고기 회전율이 높은 대형마트나 일반 정육점의 삼겹살의 경우는 고기를 예쁘게 그리고 빨리 썰기 위해  가급적 짧은 시간만 냉동을 시키기 때문에  얼리지 않는 생삼겹살과 다를 바 없는 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냉동을 시켰다고 무조건 고기 맛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도 좋다는 것이 그에 지론이다.


하지만 수입산 냉동 삼겹살을 국내산 생삼겹으로 속여 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경계해야 부분이라고 말한다. 고기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해동된 수입산 냉동삼겹살을 생삼겹살이라고 팔아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길이 거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찌 됐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냉동시키지 않는 진짜 생고기는 그 옛날 걸어 놓고 부위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잘라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던 그때의 경우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때는 지금처럼 목살, 등심, 삼겹살 등 부위별로 해근해 모양 좋게 팔지 않았고 오는 손님 순서대로 칼로 쓱싹쓱싹 잘라 줬기에 같은 값을 지불하고도 운이 좋으면 맛있는 부위, 운이 없으면 맛이 덜한 부위를 사갈 수밖에 없었던 그때 당시가 바로 '의심의 여지없는 진짜 생고기는 아니겠느냐'라고 웃는다.



작가의 이전글 강아지 찾는 사례금의 의미는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