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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l 08. 2019

출입이 자유로운 미생의 옥상, 현실은 어떨까?

 내가 근무하고 있는 빌딩 옥상을 올라가 보니...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N 드라마 <미생>에서는 옥상 장면이 유난히 많이 나온. 그럴 것이 미생 속 인물들은 회사 빌딩 옥상을 제집 드나들듯 수시로 들락거렸고 이런 이유인지 시청자들은 옥상의 화면  자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업 3팀 김동식 대리(김대명)가 인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장그래(임시완)에게 할 말이 있다며 데려간 곳 옥상이었다. 그러면서 '나이 스물여섯 먹도록 할 줄 아는 게 하나 없는 보기 드문 청년'이라며 고졸 출신의 장그래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던 장면에서 그렇다.


또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계약직 사원으로 거듭난 장그래가 공교롭게도 영업 3팀에 재 배치되면서 오성식 과장(이성민)이 데려간 곳 역시 옥상이었다. 오 과장도 이곳에서  '어 차피 들어오게 됐으니 어떻게든 버텨봐라. 버틴다는 건 완생으로 나아가는 거니까'라며 장그래를  향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말했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미생의 오성식 과장이 옥상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미생 속 옥상은 상사부하직원 간 나누는 업무적인 공간뿐만은 아니었다. 이해와 배려의 자비라고는 털끝만큼도 없고 그저 자신의 독단적인 생각만을 앞세워 몰아붙이기만 했던 상사의 면전에서는 어찌하지 못하고 결국 옥상으로 올라가 서러움의 울분을 토해냈던 장소도 옥상이었다.


미생 속 직원들이 옥상으로 올라간 이유는 비단 이쁜 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상사가 옥상으로 올라가 탁 트인 시내를 바라보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에 잠긴 장소도 옥상이었으며, 신입 동기들이 한데 모여 서로에  대한  동질감을 확인한 장소 또한 옥상이었다.


이렇게 미생 속 직원들에게 옥상은 상사로부터 뼈 아픈 쓴소리 혹은 격려성 단소리를 들어가며 성장해야 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또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무실을 떠나 담배 한 개비로 잠시나마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옥상이기도 했던 등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옥상은 항상 미생 속 직원들과 함께 했다.


<내가 근무하는 빌딩 옥상, 입구부터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직장인들에게 있어 회사 빌딩 옥상은 그렇게 출입이 자유로운 문턱이 낮은 공간에 해당되는 걸까, 아니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걸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어느 날 내가 근무하고 있는 옥상을  올라가 본 결과는 적어도 내가 근무한 빌딩 옥상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으로 요약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빌딩의 경우는 일단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 입구에서부터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바리케이드 성격의 푯말이 턱 하니 자리 잡고 있어 빌딩의 옥상이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누구나 출입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비단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경고성 발언에만 그치고 있지 않았다. 옥상과 바로 통하는 출입문은 '비상문 자동개폐장치'와 연동되어 굳게 잠겨 있었고, 빨강 바탕에 흰색 글씨로 옥상의 출입문은 '비상문의 성격'이라고 규정짓고 '옥상에 용무가 있으신 분은 관리사무소로 연락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미생에서와 같이 올라가고 싶을 때 올라갈 수 있는 옥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비상문 자동개폐장치와 연동되어 화재 시에만 자동으로 열리게 되어 있다>


물론, 옥상 출입문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옥상의 출입은 평상시에만 제한할 뿐, 화재 등 비상시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옥상 출입문에 연결된 비상문 자동개폐기는 방재실의 화재감지기와 연동되어 화재가 났을 경우 자동으로 문이 개방되어 사람들이 옥상으로 피신하도록 되어 있다는 설명을 보니 그렇다.


이런 비상문 자동개폐기를 통한 옥상 출입문의 통제는 비단 내가 근무한 빌딩만일까, 궁금한 나머지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그것은 아니라는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형빌딩 일 수록 이런 시스템으로 옥상 출입을 제한하는 추세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그것은 안전사고방지와 화재 시를 대비한 이중적 조치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렇게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통한 옥상 출입 제한이라는 엄연한 현실 앞에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그렇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전과 보안 측면에서 그리고 화재 등 비상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 하에 평상시에만 옥상 출입을 제한한다면 출입이 자유로웠던 미생 속 옥상의 아쉬움 따윈 버려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넓고 옥상보다 더 좋은 장소도 얼마든지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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