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꼭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바로 로또 당첨번호입니다. "로또에 그렇게 집착하냐고요? 아닙니다. 비록 구입은 하지는 않았더라도 로또 1등이 몇 명이고, 당첨지역이 어디며,1등에 당첨된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대리 상상만으로도 쏠쏠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로또는 승자독식 게임입니다. 번호를 맞춘 극소수의 사람이 수천만 명이 건 돈을 전부 독차지하는 차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돈 놓고 돈 먹는 노름이나 도박에 가깝습니다. 단돈 몇천 원과 몇만 원으로 수십 배를 뻥튀기할 수 있는 빠찡코요, 높은 패를 가진 사람이 전부 쓸어 담아가는화투의 도리짓고땡과 같은 원리기 때문입니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도박이나 노름은 국가에서 불법으로 간주해 단속 대상이고, 로또는 국가가 정식으로 인정한 사안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하지만 로또 역시 미성년 또는 십만 원 이상 구입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둔 것은 보면 국가도 로또가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음을 인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국가가 인정한 로또방에는 오늘도 인생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런데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당첨되면 좋고 안 돼도 어쩔 수 없지?"라는 호기심 반, 기대 반 사람들, 온갖 정성을 다해 번호를 선택하고 정말 간절한 바람으로 구입하는 사람들, 좋은 꿈을 꿔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구입하는 사람들 등 말이지요,
그렇지만 로또를 구입한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은이번주 1등 당첨의 주인공은 나였으면 하는 바람은 다 똑같을 것입니다. 그 소원이 모이고 모여 전국에서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한 주에 수천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바람과 소원을 이루기가 얼마나 힘이든지 모른 채 오늘도 로또방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 또한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몇 해 전에만 해도 로또를 자주 구입하곤 했었지요, 그러나아무리 생각해도 1등 당첨의 팔자는 아닌가 싶어 로또와의 관계를 멀리 해 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로또에 완전히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발하고 남은 잔돈이 있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끔씩 구입하는 편이니까요,
2주 전 아버지 제사가 있었습니다. 저녁에 제를 올리고 그다음 날 형제들은 아버지가 모셔져 있는 납골당에 들렀습니다. 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모두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 있었지요, 그때 나는 로또를 아버지께 내밀며 "아버지 로또 당첨 좀 되게 해 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형제들도 웃자고 한 나의 의도를 알기라도 하듯 "키득키득" 웃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모셔져 있는 엄마에게로 간 나는 "엄마 로또 1등에 당첨만 되게 해 주시면 아버지와 같이 있게 해 드릴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아래 남동생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형, 그 말 때문에 로또는 물 건너 간 거야? 생각해 봐, 엄마가 아버지와 수십 년을 같이 사셨는데 또 같이 있고 싶겠어?"... 동생의 이 말 한마디에 모든 식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물론, 남동생의 재치 있는 위트가발단이 되었긴 했지만세상 살면서 이렇게 모든 형제들이 한데 모여 한바탕 웃어 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싶습니다. 비록 동생의 농담대로 로또는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말았지만 이로 인해 모든 식구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니 어쩌면 1등 당첨보다 더 값진 꽝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경건해야 할 부모 납골당에서 웃은 게 뭐가 자랑이냐"라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지 모릅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자식들은 엄마 앞에서 환하게 웃었고 엄마는 그 무엇보다도 기뻐했으리라 믿습니다. 이것만큼 더 경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엄마, 아버지 편히 잘 계시죠, 정말 정말 사랑해요! 로또 1등 당첨은 안 해주셔도 좋으니 우리 형제들 몸건강하고 웃을 수 일들만 많게 해 줘요~"엄마,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