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 코로나19 생존 기록
대비 없이 맞이한 호찌민시 락다운. 벌써 네 번째 주말을 맞이하고 있다. 7월 9일 락다운 시작 전 날 저녁식사 시간까지만 해도 '설마 음식 배달은 하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태가 날 것을 알았으면 그날 저녁은 우리의 단골 집에서 참치를 배달시켜 먹었을 것이다. 저녁식사 뒤 집안에 남은 냄새가 맥도날드 냄새 같다. 맥도날드의 치즈버거와 감자튀김이 절실하다. 15호, 16호 지시령과 통금까지... 2021년 여름의 호찌민시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빠르게 결정되고, 상황이 점점 더 힘들게 흘러가고 있다.
2020년 대구의 종교 단체 집단감염과 똑같이 호찌민시도 부흥전도단 집단감염으로 시작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불과 4월까지만 해도 호찌민시의 코로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유흥시설, 노래방까지 영업이 재개되었을 정도로 마스크를 벗는 희망의 날이 머지않아 보였었다. 4월 말~5월 초 노동절 연휴로 베트남 국내 관광도 활기찼다. 호찌민시 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0명으로 집계된 날이 많았고, 베트남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상황은 이웃 나라들에 비해 평온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5월이 끝나갈 무렵에 호찌민시에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5월 21일에는 호치민시 예방방역 지도위원회에서 "여러 업체가 유관기관에 대처하는 방법만을 묻고, 예방수칙을 준수하지 않아서 운영 중단 방안을 검토 요청" 했고, 이에 따라 사우나, 가라오케(노래방), PC방이 중단되었고 길거리 노상도 포장판매만 가능해졌다.
그리고 5월 27일, 사건이 시작되었다. 호찌민시 고밥군(Q.Go Vap)의 부흥전도단이라는 사이비 교단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호찌민 한인회 자료에 따르면, 시작은 12군에 거주하며 고밥 부흥전도단 교단 활동을 하는 부부가 26일 늦은 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학조사를 하다 보니 부흥전도단 관련 사람들이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부흥전도단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확진자(F0), 확진의심자(F1)의 이동 경로를 따라 영업장들이 폐쇄되고, 일부 지역도 봉쇄되었다. 또한 추가적으로 스파, 미용실, 식당 운영도 정지되었다. (식당의 경우 포장판매, 온라인 판매만 가능하며 식당 내에서 식사는 정지되었다.) 홈스테이와 에어비앤비 손님 받기도 정지되었다. 다음날에도 계속해서 부흥전도단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내가 종종 갔던 타오디엔의 카페와 베이커리도 확진자(확진의심자) 발생으로 문을 닫았다. 우리 아파트도 비상이 걸렸다. 맞은편 단지에 공유 오피스가 있는데, 이곳에서 확진의심자가 발생되어 바로 밑에 있는 동네 유일한 마트인 'Genshai Market'도 운영 중단되고, 확진의심자가 거주하는 동과 층도 잠시 봉쇄되었었다.
우리 동은 아직까지 한 번도 확진자(확진의심자)가 발생하지 않아 조금은 안심이었지만, 작년 한국도 경험했듯이 종교 단체의 집단감염 전파력은 너무 강해서 여전히 살얼음판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때부터 아파트 관리팀(Management Office)에서 보내오는 공지 메일을 모두 다 꼼꼼히 읽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몇 동 몇 호가 자가격리하고 있으며, 확진자의 감염 장소, 코로나 검사 결과,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당국의 지시령 등을 아파트 공지 메일로 보내주고 있어서 우리 동네의 코로나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채널 중의 하나가 되었다.
호찌민시 사회격리 시작. 일부 지역만 16호 적용, 나머지는 15호로 음식 배달은 가능
5월 29일 베트남 보건부 장관은 박닌(Bac Ninh), 박장(Bac Giang), 하노이(Ha Noi) 등에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다낭(Da Nang) 등에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으며, 이 두 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혼성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베트남에 전파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베트남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신속하며 공기 중에 강력하고 넓게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부흥전도단 관련 확진자와 확진의심자가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5월 31일부터 '호찌민시 사회격리'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호찌민시에서 단 하루 만에 결정한 사항이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 지역은 괜찮았다. 택시도 다녔고, 쎄옴(오토바이 택시)도 다녀서 식당도 포장 배달에 한해서 운영이 가능했다. 부흥전도단 관련 지역인 호찌민시의 고밥, 12군 일부 지역에만 16호 지시령이 적용되었고, 이 외 나머지 지역은 15호 지시령이 적용되어 2주간의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더불어 호찌민시는 하루 약 100,000명씩 모든 사람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진행할 것을 공표했다.
이렇게 전체적인 전수검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호찌민시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 가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6월 14일 '15호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되었다. 그나마 16호 지시령이 내려졌던 고밥과 12군 일부 지역은 15호로 완화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16호는 사회시스템을 봉쇄하는 사회격리이고, 15호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사회격리로 생활필수품 제외한 모든 서비스 영업장이 잠정 중단된다.
살기가 어려워지니 흉흉한 소식도 들려왔다. 6월 10일 베트남 법률신문에 따르면 '재산강탈범죄의 목적으로로 보건부 간부, 방역요원을 사칭한 3~5명의 무리가 마취제가 첨가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고 피해자가 쓰러졌을 때 재산을 훔치는 사건이 호찌민, 하이퐁, 박닌성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부흥전도단 교단이 있는 고밥과 정반대로 떨어져 있는 지역인 '7군 한인타운'까지 바이러스 전파가 뚫렸다. 부흥전도단 관련 확진자와 접촉했던 푸미흥 거주 부부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6월 17일에는 7군 인민위원회도 중단되었다. 한국인 교민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6월 20일부터는 택시, Grab 차량 운영도 중단되었다. 정말로 20일이 되니 Grab 어플 메인에 'Car' 아이콘이 사라졌다. 호찌민시 내에 육로 대중교통 승객 운송 활동을 임시 중단함으로써 지역 간의 전파를 막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그래도 쎄옴(오토바이 택시/배달)은 정상적으로 운행되었기에, 단골 식당에서 포장 배달 주문이 가능했고,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7군 한인타운까지 확진 소식... 7월 9일 호찌민시 전 지역 16호 고강도 거리두기 시작
애석하게도 베트남 전역과 호찌민시의 코로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6월 21일에는 8군과 빈증성 일부 지역에 16호 지시령이 실시되었고, 6월 29일 0시 종료 예정이었던 '2주 더 연장된 15호 거리두기'는 무기한 연장되었다. 계속된 고강도 거리두기 가운데 대형 마트 직원들의 코로나 확진과 영업중단 소식이 들렸다. 안푸 Megar market과 A plus market 직원의 확진 소식이 나왔다. 6월 31일에는 호찌민 *투득시(TP. Thủ Đức, Thành phố Hồ Chí Minh)의 전수검사가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당장 다음날인 7월 1일에 인근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선제 검사가 진행되었다. 어린이를 제외한 18세 이상이 대상이었으며, 특히 노인이나 몸이 아픈 사람은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아파트 공지 메일에 안내되어 있었다. 강제성 없는 자발적인 선제 검사였기 때문에 우리는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았다. 딱히 코로나 증상도 없었고 몸 상태는 너무나 건강하다. (*참고: 올해부터 호찌민시 행정구역이 개편되었다. 호찌민시 2군, 9군, 투득 Thủ Đức군이 투득 시 TP.Thủ Đức로 새롭게 병합되었다. 하지만 우편 주소상으로는 아직 투득시가 호찌민시 안에 속해 있다. 예시 - 161 Xa lo Ha Noi, Thao Dien, Quan.2, Than pho Ho Chi Minh → 161 Xa lo Ha Noi, Thao Dien, TP.Thu Duc, Than pho Ho Chi Minh)
이렇게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가운데, 7군에서는 계속해서 확진자 소식이 들렸다. 한국인은 물론 베트남 지역 주민들도 굉장히 많이 애용하는 7군 롯데마트에서 3명의 확진자가 나와서 7월 5일 저녁부터 롯데마트 직원 1,000여 명의 전수검사가 있었다고 했다. 당연히 7군 롯데마트는 영업이 잠정 중단되었다.
'그래도 쎄옴으로 맛있는 거라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해.'
라고 생각하며 락다운이 풀리는 희망으로 버티며 7월의 두 번째 주말을 앞두고 있던 7월 8일 목요일. 당장 내일부터 호찌민시 전역에 16호 지시령이 적용된다는 긴급 공지를 받았다. 7월 9일 0시가 되는 순간부터 아파트 로비에서도 2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었고, 생명과 관련된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아파트 엔지니어 팀의 수리 서비스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호찌민시 전역 16호 지시령'의 핵심은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주문을 기다리면서 5K 안전 수칙을 지키지 못해 지역 간 확진되는 것을 막기 위함'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택시에 이어 쎄옴(오토바이 택시, 음식 배달)까지 운행 중단되었고, 요식업 포장판매도 금지되었다. 또한 생필품 구매, 병원 진료 등의 16호에 명시된 이유 이외의 '불필요한 외출'을 하게 되면 1백만 동~3백만 동(한화로 약 5만 원~1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베트남 물가를 고려했을 때 벌금 액수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16호 지시령 공문 원본은 아래 첨부파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