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우울이와 처음 만난 날

2014년 에어컨이 필요하던 계절에...

by 곤 Gon

나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배당했다. 단체의, 아니 리더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곧 조물주의 뜻,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굉장히 강력한 리더십을 구사했던 그녀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평가하고 컨트롤했다. 나는 거의 그녀의 마리오네트였다.


그녀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대학생 개신교 선교단체의 지부장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나는 대학생 시절 해당 개신교 단체에서 성경 공부를 배웠다. 그냥 성경 공부가 아니라, 리더인 그녀에게 일대일로 성경 공부를 배운 진골(眞骨)이었다. 성경에 대한 그녀의 해석은 매우 탁월했고, 나는 그녀와의 성경 공부에 푹 빠져서 우주관, 세계관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성품은 매사에 망설임이 없고 단호했다. 언제나, 무슨 문제든 그녀 앞에 가져가면 해답이 나왔다. 한 번은 내가 학교에서 ‘기독교와 현대사회’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했다. 그 과목의 강사는 유명한 자유주의 신학자로 지적 호기심에 가득 찼던 나는 순식간에 빠져들어 자유주의 신학의 기본기를 흡수했다. 나의 성경 선생인 그녀는 나의 변화를 알아채자마자 나를 교정했다.


“너는 성경에 대한 믿음이 없구나!”


내가 축자영감설에 의문을 갖고 있던 때에 그녀는 내게 그렇게 지적, 책망을 했고, 나는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순간부터 자유주의 신학은 내게 믿음을 흐리는 ‘사탄의 학문’이 되었다.


그 뒤로도 진골이었던 나는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그녀에 맞추어 교정해 나아갔다. 나의 취미였던 미술 감상은 후배들을 전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나 혼자 감상하러 가는 일은 ‘죄’가 되어 금지되었다. 겨울철이면 즐기던 스노우보딩도 마찬가지였다. 후배 학생들을 스키장에 저렴하게 데려가 밤새도록 한 명, 한 명 강습을 해주면서 우리 단체에 적응하고 하나님을 믿도록 유도해야 했다. 나 혼자서 슬로프를 즐기면서 내려오면 그에 따른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그렇게 진골 과정을 마스터하고 나는 원했던 진로를 포기하고 그녀의 권유대로 그대로 그 단체의 ‘간사’(직원)가 되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곤 Gon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창공 수만리를 비행하는 꿈을 가진 물고기 입니다.

7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01 시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