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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히 Sep 08. 2024

에필로그

난임이 힘든 당신에게 


난임 환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고통 받는다. 난임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다종다양한 무례가 넘쳐난다.  


난임 시술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도 많고 말도 안되는 비과학적 선입견도 많다. 가령 나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천주교에서는 시험관 시술을 부정적으로 본다. 수정된 배아를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시험관이 생명을 함부로 폐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사 말미에 젊은 부부들이 난임 시술로 아기를 갖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함께 드려야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교회가 나를 포함한 난임 환자들에게 상처주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던 것 같다. (나는 나의 아이가 신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이는 건강하지 않다와 같은 루머들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사람들은 특별히 무례해서 난임환자들에게 그런 말을 그대로 전달하기도 한다. 난임환자들은 몸도 힘든데 이런 모든 무례와 싸워야 한다. 


그래도 가장 힘든 건 실패다. 실패가 반복되서 시술 횟수가 늘어나면 몸에도 엄청난 무리가 된다. 출산을 하고몇 년이 지나도 주사때문에 배에 생긴 몽우리가 그대로 있다. 주사를 맞으면서 거칠어졌던 피부도 회복이 안 되고 무엇보다 호르몬을 강제로 조절하면서 생긴, 내가 알 수 없는 후유증도 분명 있을 거다. 그리고 실패는 자꾸 포기를 호출한다. 이제 그만할까, 그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나도 아기를 포기해야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사실 마음 속으로 정해놓은 마지노선도 있었다. 그치만 포기하기엔 내가 해보지 않은 검사와 시술 방법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병원을 옮기고 주치의를 바꿔가며, 나는 나에게 맞는 시술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결국 끝은 있었다. 


난임 병원 졸업 이후 나는 키 55cm, 몸무게 3.8Kg의 우량한 아기를 낳았다. 첫 임신호르몬농도 검사 수치가 26밖에 안되어서, 사실 임신 과정 내내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아기의 태명은 그래서 열무였다. 열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고. 걱정이 무색하게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우량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아, 한 가지 비밀을 더 털어놓자면 나는 지금 둘째를 임신 중이다. 둘째도 당연히 시험관 시술을 통해 갖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둘째는 채취 1번과 이식 2번만에 비교적 수월하게 성공했다. 첫째를 갖기 위해 7번의 채취와 9번의 이식을 한 것과 비교한다면, 내 입장에서는 정말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었고 또 조금은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어쨌든 이 모든 게 첫째를 갖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 어떤 말도 위로와 응원이 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특히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들도 많고 나보다 더 고차수의 환자들도 많다. 그렇지만 나의 케이스가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조금만 더 힘내요. 곧 해피엔딩이 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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