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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Oct 25. 2022

광고 이즈 노이즈

노이즈를 일으켜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이 난리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만나 어울렸다. 동양과 서양이 만났고 김치와 파스타가 만났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은 묘한 임팩트를 주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런 퓨전에 열광하는 것일까?


광고에서 노이즈는 상당히 중요한 기술이다. 브랜드를 만들 때 최악의 방법은 동종 업계 브랜드를 따라가는 것이다. 매우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당한다. 자연스러움은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한다. 가보지 않아도 안다. 그 맛이 그 맛이고 이 맛이 이 맛인걸 안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에 익숙하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것은 왠지 눈길이 간다. 그리고 고쳐주고 싶어 진다. 우리가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다음 중 부자연스러운 문장은?'

'다음 중 문법에 어긋난 문장은?'

'다음 중 어색한 문장은?'


우리는 항상 이런 문제를 풀어왔고 정답을 맞혀야 했다. 그렇게 정답 기계로 성장해왔다. 부자연스럽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함께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이 그렇다. 된장과 피자가 만났으니 어색할만하다. 그런데 그것이 새롭다. 바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브랜드가 노이즈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문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피자를 먹는다'

'커피를 마신다'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쓰면 매우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잊히는 문장이 된다. 그럼 이런 연결은 어떨까?


'피자를 작동시킨다' 

'커피를 삶는다' 

'그림을 쓴다'


부자연스럽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와 단어가 만나 노이즈를 일으킨다. 학창 시절이었다면 자연스럽게 펜이 체크할 문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이즈 때문에 기억한다. 인식하게 된다. 


요즘 '믹스'라는 책이 인기라고 한다. 아직 읽어 본 책은 아니지만 아마 그 작가 역시 나와 비슷한 말을 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창의성은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그것을 바로 connecting the dots이라고 한다. 이제 그 점을 단순한 점이 아니라 서로 모양이 다른 점이라 가정해보자. 서로 다른 모양의 점을 연결해 선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디어이고 창의성이다. 


미국에서 광고 학교를 다닐 때 과제 때문에 열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무언가 거창한 광고 기술을 배울 줄 알고 입학했으나 과제가 매우 형편없었다.


'리모컨과 a4 종이를 합쳐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오시오'

'시계와 운동화를 합쳐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오시오'


이처럼 괴랄 맞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광고회사를 창업한 지금은 안다. 이렇게 믹스하는 과제가 얼마나 큰 도움을 줬는지. 서로 다른 것을 믹스하는 과제를 통해 지금까지 광고로 밥을 먹고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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