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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Oct 24. 2022

경비원은 광고인이다

Ci 보다 앞서는 사람


대통령실이 새로운 ci를 발표했다.


1억 1,000만 원의 용역이었다. 싸게 주고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인데 1억 천만 원은 너무 싸다. 기업이든 재단이든 우리는 ci(corporate identity)를 만들 때 돈을 아끼지 않는다.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 알기 때문이다. ci가 세련되면 그 조직은 세련된 조직처럼 보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ci가 장수돌침대와 같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과 같은 충성된 팬덤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조직이 ci 개발에 목숨 거는 건 당연한 일이다. ci는 눈에 보이지 않게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어떤 브랜드를 접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ci이기도 하다.


최근, ci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경비원이다. 우리가 어떤 기업을 방문하든 병원에 가든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이 바로 그 건물의 경비원이다. 아무리 좋은 광고를 보고 가든 아무리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있어 가든 경비원은 그 첫 번째 사람이다. 경비원이 바로 그 브랜드의 첫 번째 얼굴이고 첫인상이다.


종종 이것을 망각한 경비원을 볼 때는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차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나라에서 짜증 난 표정으로 주차 안내를 하면 그 데미지가 더 커진다. 운전자 역시 주차할 때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왠지 그렇다. 어디 주차하려 치면 “여기 차 대시면 안 됩니다!”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그 순간 멀리서 경비원이 짜증 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면 다툼이 일어날 확률은 극도로 높아진다.


경비원은 광고인이다. 그 브랜드를 만나는 첫 번째 역할이다. 브랜드가 조금 부족해도 경비원이 밝으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장에 들어가게 된다. 수억 원의 ci, bi를 만들면 뭐하나. 경비원의 역할에 따라서 수억 원은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경비원은 경비원이 아니다. 그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기획자요,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터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이다. 경비원은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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