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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Oct 23. 2022

열정 총량의 법칙

열정의 배반


지난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치과를 운영하시는 두 형님을 만났다. A 형님은 슬로우하다. 덩치고 크고 배도 나오셨다. 그래서인지 슬로우하다. 개원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광고 한번 한 적이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치과 위치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 회사에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는 거기에 치과가 있는 것조차 몰랐다. 상가를 자세히 보니 치과 간판이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참 독특한 마케팅 방식이라 생각했다. 


B 형님은 빠르다. 큰 빚을 지고 시작한 치과라 빨라야만 했다. 두 달 버틸 수 있는 자금으로 치과를 열었는데 다행히 두 달을 버티고 12년째까지 버티고 계시다. 빚도 빠른 속도로 갚았다.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뼈를 갈아 넣어 환자를 대하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두 형님이 발휘한 열정의 최고치는 비교되지 않는다. 채권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아는 B 형님에게 슬로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고의 집중을 선물했다. 하루 25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환자를 그런 방식으로 대하고 퇴근할 때는 녹초가 되었다. 반면, A 형님은 환자 있으면 일하고 없으면 쉬는 식이었다. 망하는 걸 걱정하지 않았다. 설마 치대를 나와서 굶어 죽겠냐는 생각으로 자신의 운명을 하늘에 맡겼다. 


열정적으로 인한 B 형님과 열정보다 슬로우함을 택한 A 형님의 결과는 어땠을까? B 형님은 번아웃이 와서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하셨다. 반면 A 형님은 비축해둔 에너지가 여전히 많아 보였다. 


프로야구 투수도 마찬가지다. 삼성 라이온즈에 초교고급 투수가 입단했다. 고교 시절 한 경기에서 27개의 탈삼진을 잡을 정도로 대단한 투수였다. 하지만 그 말은 27개의 탈삼진을 잡을 만큼 혹사를 당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너무나 아쉽게도 프로에 와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팬으로서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우리는 늘 열정을 존경한다. "너 창의적이면 큰 일어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열정도 그러하다. "너 그러다가 열정적으로 일할지도 몰라!"라고 혼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제 열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가 왔다. 과연 열정은 좋기만 한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열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열정은 딱 10개만 있다고 상상해보자. 말 그대로 10정이다. 그러니 우리 인생에서 그 10정을 하나하나씩 사용해보면 어떨까? 창업 초반, 대표는 누구나 열정적으로 일한다. 제발 좀 집에 가라 해도 굳이 굳이 라꾸라꾸 침대를 사무실에 두고 잠을 청한다. 물론, 0도의 온도를 끊는 점까지 올리려면 엄청난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열정이 무한하다고 생각하면 금방 번아웃에게 당하고 만다. 그러니 10정의 개수를 세아려보자. 


그러면 적어도 번아웃이 와서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없다.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10정은 몇 개가 남아 있는지. 지금 하는 일이 죽을것같이 사랑하는 일인것 같지만 인생 후반, 또 다른 사랑하는 일이 나타났을 때 사용할 열정이 남아 있는지 말이다. 


지금 당신의 10정은 과연 몇 개가 남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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