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 말한다. 반면, 나이키는 JUST DO IT(그냥 해!)이라 말한다. 어느 슬로건이 광고회사와 잘 어울리는가? 광고는 창의적이어야 하니 애플의 슬로건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JUST DO IT을 더 좋아한다. 생각이 너무 깊어지다 보면 일의 추진력이 붙지 않는다. 그 시간에 행동으로 부딪혀서 어떤 문제가 있는 파악하려는 편이다.
광고회사를 창업하고 나는 늘 나이키처럼 일했다. 오늘 아침 내가 출근하는 이유, 이 광고주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 오늘 광고 카피를 10개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면 아무 일도 못했을 듯하다. 나는 ‘그냥’했다. 그냥 아이디어 내고 그냥 글을 썼고 그냥 광고주는 설득했다. ‘그냥’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생각할 시간을 줄여 행동하니 일의 결과가 보였다. 출근하니 돈을 벌게 되었고 광고주를 설득하니 회사의 매출이 올랐다. 하루에 카피 10개를 쓰다 보니 ‘아이디어 자판기’가 탄생했다. 후에 광고주가 일을 의뢰했을 때도 아이디어 자판기에 저장된 카피를 바로 꺼내 쓸 수 있었다. ‘그냥’이라는 단어는 나를 움직이에 만들었다.
승자의 언어: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_김연아
김연아에 관한 글을 쓰려니 손가락이 굳는다. 글이 턱 막힌다.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소개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김연아는 아이콘이다. 마이클 조던이 미국 스포츠 스타의 아이콘이 듯 말이다. 언젠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김연아에게 취재진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 하세요?’라고 말이다.
이 질문에 “음… 오늘 3-3 점프할 때 나의 허리 근육이 풀리지 않아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굳은 결심으로 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 스트레칭은 나와의 정면 승부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대답을 기대했지만 김연아의 언어는 매우 심플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며 한바탕 웃기까지 했다. 그다음 대답은 더 낙천적이다. “내가 참 고생이 많다” 무언가 디테일한 동기부여의 대답이 나올 줄 알고 메모지와 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 말이었다. ‘젠장, 정말 저렇게 생각한단 말이야? 무슨 거창하고 철학적인 답이 없었던 거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그냥’이라는 단어의 힘을 알았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에 나가면 전 국민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내일 아침 신문 1면이 달라진다는 것도 안다. 그런 부담감을 안고 빙상에 서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자신이 잘 안다. 그런데 그것 하나하나의 이유를 찾아내려 했다면 아마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았을까? 빙상에서의 나의 연기 하나에 사람들이 울고 웃으니 거기에 이유를 찾는다면 아마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그녀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나이키의 슬로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 나이키는 ‘그냥 하라’고 했을까? 왜 나이키의 광고를 보면 심장이 터질 듯하며 지금 당장 러닝화를 신고 달리고 싶을까? 나이키 역시 ‘그냥’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한 NBA 감독은 악동인 스타 선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농구를 통해서 수백억의 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 너 그거 아니? 관중이 없다면 지금 네가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공놀이에 불과해” 훈련에도 게으름을 피우고 팬 서비스조차 엉망인 한 슈퍼스타에게 따끔한 질책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감독의 독설 속 메시지에도 ‘그냥’이라는 단어가 있다. ‘훈련이든 팬서비스든 깊게 생각하지 마! 그냥 해. 넌 팀에 소속된 운동선수야. 그러니 잡다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패자의 언어 :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요.
‘우리 생각할 시간을 갖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주로 ‘헤어지자’라는 말의 대체어로 쓰이기도 하는 이 말은 가장 최악의 순간에 듣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찌질해지고 자신이 오징어가 된 듯하다.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그 끝은 늘 헤어짐이요 사랑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리더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 프로젝트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은 마라톤 회의를 거쳐서 결정해야죠’라는 말이 그렇다. 그렇게 리더는 직원들을 회의실로 끌고 들어가 질식시켜 버린다.
나는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를 맡으며 그들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여러 번 지켜봤다. 그중에는 회의를 기본 4~5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 이어가는 회사도 있었는데 마라톤 회의 후 나오는 결론은 늘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회의를 왜 하지 싶을 정도의 아이디어만 도출되는 것이다. 즉, 30분 회의만 해도 나올 법한 결과를 8시간 회의 후 도출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라는 옛말이 정말 통찰력 가득한 말인 듯하다.
승자와 패자는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난다. 승자에게 시간은 돈이다. 어떤 리더는 시간을 돈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직원의 시간은 돈을 주고 사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트렌드에 따라서 돈이 될 때가 있고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이어도 돈이 되지 않는 것이다. 즉, 승자는 시간을 목숨처럼 여긴다. 반면 패자에게 시간이란 늘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할 시간이 많다고 믿는다. 그러니 지난번 제안드린 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라는 물음에 패자는 늘 이렇게 답한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 중입니다’ 그에게 시간은 공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수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금수저나 흙수저나 동일하게 선물 받는 것이 있다. 바로 하루 24시간이라는 선물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는 몹시 다르다. 승자는 시간을 사람의 생명처럼, 패자는 시간을 하루살이의 생명처럼 대한다. 자신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삶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이다. 자신이 시간을 하루살이 생명처럼 대한다면 시간 역시 그를 패자로 대할 것이다.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것은 통장 잔고가 아니다. 바로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오늘 하루 시간을 어떻게 대접했는가?